아이마음"친구를 사귀는데 대해 부모님이 대놓고 물으시면 좋겠는데 알면서도 모른 척하면서 모든 문제의 원인을 이성친구 탓으로 돌리는 것 같아 속상해요."
남녀공학이 대부분인 요즘 중학생들은 이성친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25일 대구 경운중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 반 40명 중 절반은 이성친구를 사귀고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은 남녀 같이 초등학교에서 자연스레 중학교로 올라와 이성친구를 사귀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했다.
사귀고 싶은 이성친구가 있으면 사귀는 거고, 그렇지 않은 경우 이성친구가 없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이야기였다.
"남녀 차별이 많았던 시대를 살았던 부모님 세대에서는 남녀 사이의 벽이 존재하고 그러다 보니 이성 교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시지만, 지금은 남녀 평등한 시대인데 이성 교제를 좋게 하면 동성 친구에게서 배울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좋은 점이 많아요."
학생들은 이성친구를 사귀는 아이는 소위 '날라리'라고 여기는 고지식한 부모들도 많다며 부모가 보수적인 경우 아이들과 부딪히는 문제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성친구를 사귀다 보면 사실 공부에 방해가 될 때도 있어요. 한창 집중할 때 문자 메시지가 들어와 바로 답장을 안해 준다고 삐치기도 해 신경이 쓰이기도 해요."
한 학생의 이야기에 다른 학생은 "시험 기간 중에는 세이클럽 비밀번호까지 바꿔 연락 안하면서 서로 공부를 잘 하며 이성친구를 사귀는 경우도 있다"며 "모든 것이 하기 나름이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요즘은 부모님도 맞벌이를 많이 하시기 때문에 집에 와서도 피곤해 하시고, 학생들은 학원에 많이 다니고 서로 대화시간이 없어 자꾸 사이가 멀어지는 것 같아요. 밥 먹을 때라도 가족간의 대화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은 "여학생은 어머니와, 남학생은 아버지와 같이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어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좋지 않겠느냐"면서 "손으로 모래를 살살 쥐면 손에 남아있는 것처럼 부모가 아이를 너무 구속하지 않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바랐다.엄마마음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본다.
이성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공상만으로 끝나버린 불행한(?) 나의 학창시절. 지금 세대의 우리 아이에게는 많은 이성친구를 사귀어 보며 서로 다른 이성을 알아가고 이해하며 바람직한 이성관을 갖고 폭넓은 사회성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중3인 딸에게 "넌 여지껏 뭐했니? 남자친구 한명 없나?" 이렇게 유도질문을 하면 "흑…, 저도 슬퍼요. 여중에 다닌다는 사실이…"하면서 너스레를 떨곤 한다.
딸 얘기를 듣자면 이성친구 사귄지 100일이 되는 날 친구들이 모두 십시일반 100원씩 모아서 100일 축하파티도 해주고 그 남자친구가 학교에 택배로 100송이 장미를 보내와 여러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는데 나의 학창시절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나도 요즘 엄마의 추세에 맞게 이성친구가 생기면 음성적인 교제가 되지 않게 집에 초대해 맛난 것도 해 주고 동성친구를 대하듯 자연스럽게 드나들게 하며 기념일도 챙겨주고 좋은 관계가 유지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며칠전 딸아이 학교축제 마지막 날 저녁 해가 지고 늦은 시간이라 학교 앞에 데리러 갔다가 적잖이 놀랐다.
교문 앞에서 어른 흉내를 낸 차림의 남학생들이 쌍쌍이 여학생의 허리를 휘감고 주위의 시선은 의식도 전혀 않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당혹스러웠다.
저러자면 이렇게 치열한 입시관문은 어찌 통과하고 청소년기에 키워야할 고운 꿈은 언제 피우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
아이들의 휴대전화 문자알림 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친구 누구에게서 온 문자인지 어떤 내용인지 알고자 하고, 온라인 상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알고자 하고, 매일 쏟아지는 이메일의 내용들을 궁금해 하는 나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의 과민한 엄마인가 보다.
머리로는 내아이의 이성교제를 허락한다고 해놓고 막상 이성이 생긴다면 평소 생각했던 부분들을 얼마나 실행에 옮길수 있을까…. 박미애(주부)
김영수기자사진: 이성 친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경운중학교 학생들(왼쪽부터 김엄지,
이경신, 이창욱, 서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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