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알박기' 사범에 무죄 선고

입력 2004-11-30 11:51:52

"법인은 부당이득죄 피해자 될 수 없어"

아파트 사업지구 내에 포함된 땅을 시세보다 10배나 비싸게 건설업체에 매각한 속칭 '알박기' 사범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이에 따라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알박기' 사범 형사공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4단독 김강대 판사는 29일 천안시 백석동 ㅂ아파트 시행사 ㈜K건설에 감정가 4억5천만원짜리 땅을 40억원에 매각한 혐의(부당이득)로 기소된 노모(53·여) 피고인과 노씨의 제부 이모(44)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법상 부당이득죄는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 자연인이 아닌 법인 ㄱ건설을 상대로 한 이 사건 행위는 부당이득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토지의 감정평가액은 실제 시가보다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살펴볼 때 피고인들이 감정평가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토지를 매도했다 하더라도 헌법이 수호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 등을 파괴할 정도로 '현저하게 부당한 이득'을 취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피고인 측 강인영 변호사는 "최근 아파트 개발사업과 관련해 남발되는 부당이득혐의 적용을 현행 형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판결"이라며 "'알박기'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피고인들은 1996년 6월 천안시 백석동 대지 705㎡를 1억1천500만원에 매입해 소유하고 있던 중 지난해 12월 901가구의 아파트를 신축하려는 ㄱ건설에 평당 1천872만원씩 모두 40억원에 매각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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