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대구·경북 통합 가능할까?

입력 2004-11-27 11:04:44

경기남·북도 분리와 광주·전남 통합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대구·경북 통합론이 또다시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지역출신 정치인들이 잇따라 시·도 통합의 당위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다. 경북도는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대구시가 현실적인 여건을 들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도 통합 논의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대구시와 경북도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알아봤다.

■과연 시·도 통합 가능할까?

시·도 통합론이 갈수록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보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러 단계의 통합추진 절차를 거쳐야 해 시·도 한쪽만 반대해도 통합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정치권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추진 단체도 없어 광주·전남처럼 입법청원은 어려운 실정이다.

무엇보다 대구시가 시·도 통합에 따른 재정상의 어려움을 들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 조해녕 대구시장은 "통합론에 대한 이상론적인 접근은 무리"라면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시·도 통합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대표적인 통합론자인 임인배 의원은 내년 상반기쯤 대구·경북통합특별법을 입법 발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최경환, 임인배 의원 등은 지난 5월 경북도와 한나라당 의원 간담회에서 같은 생활·문화권 등의 이유를 들어 시·도 통합론을 제기했다.

또 지난 10일 조해녕 대구시장과 대구 초선의원 5명이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도 이명규, 곽성문, 주성영 의원은 시·도 통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했다. 이들은 "한전 유치, DGIST, 한방바이오밸리 등 대구와 경북이 맞물려 있는 현안에서는 양측 간 갈등으로 오히려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만큼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1년 박찬석 당시 경북대 총장 등 대학총장 3명과 지역 언론사 사장, 김극년 대구은행장 등 13명이 모여 대구·경북통합추진위원회 주비위원회를 발족했지만, 이후 활동이 없는 상태다.

여론조사에서도 시도통합을 바라는 지역민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신문 여론조사(2003년7월7일)에서는 찬성 59.4%, 반대 24%를, 대구KBS 찬반의견 조사(2004년 4월 27일)에서는 찬성 79.8%, 반대 20.1%를 각각 보였다.

시·도통합이 이뤄지려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공청회, 여론조사와 시·도의회 의결을 거쳐 정부건의, 대통령재가, 국회의결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구시 입장

대구시는 최근 시·도통합론이 부상하는 조짐을 보이자 이를 공박하는 논리를 마련해두고 있다. 대구시가 내세우는 논리는 크게 3가지다.

첫번째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기능상의 차이점이다. 대구시가 기획과 집행업무(87%)를 중심으로 하는 기관이지만, 경북도는 중소도시, 농·어촌 행정 중심으로 기획조정 기능만 수행하는 경유기관이라는 것. 이때문에 인력절감 같은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논리다.

둘째 법적 지위문제다. 대구시가 통합돼 도에 편입될 경우 기초자치단체로 격이 낮아져 도시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셋째 대구시의 재정력 약화를 꼽고 있다. 대구시민이 낸 세금이 도의 농어촌에 투입됨으로써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는 논리다. 대구시가 광역자치단체에서 기초자치단체로 전락할 경우 기존의 지방세 수입의 50%(2003년 기준으로 6천361억원)가 도세로 전환되고 정부의 재정지원도 크게 줄어 들게 된다는 것.

대구시 관계자는 "시·도통합 논의는 현실성과 실익이 없는데다 지역사회의 갈등과 분열만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더이상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도(道)가 조정업무만 하는 불필요한 행정체계인 만큼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북도 입장

경북도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대구·경북이 함께 가야 하는데 행정구역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경쟁 관계가 되는 경우가 있고 중복 투자에 따른 재정력 낭비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도시계획·상하수도·교통·교육 문제 등 광역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많은데도 행정구역이 갈려 있음으로 인해 조정이 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합에 따른 득이 많다는 것이 경북도의 시각이다.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은 원래부터 한 뿌리에서 나왔으며 지역발전과 경제·산업 등 여러 면에서 통합에 따른 이점이 많다"며 통합에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통합 이후 대구시의 지위와 위상에 대해 이 지사는 "광역시로서 대구시가 지니고 있는 특권과 각종 행정적인 메리트는 통합이 되더라도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주낙영 경북도 경제통상실장은 "대구·경북을 통합한다고 해서 대구시가 경북도에 의해 통제를 받는 과거의 형태로 되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나 경북도는 통합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적극 추진할 자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통합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대구시와 자칫 갈등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

경북도는 시민단체나 언론, 학계가 먼저 치고 나가기를 바라는 눈치다. 시민단체나 언론, 학계 등에서 통합 논의가 활발해지고 시·도민의 여론이 무르익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김해용기자 kimhy@ima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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