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삼성은 변해야 한다"

입력 2004-11-27 09:47:40

삼성라이온즈 선동열(42) 감독이 내년 시즌 우승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선 감독은 26일 본지 기자와 만나 '삼성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 감독은 "한 점차 승부에서 이기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을 만들 것"이라며 "한 점차 패배나 10점차 패배나 똑같지만 한 점차 승리는 선수들에게 강한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밝혔다.

삼성을 근성 강한 팀으로 만들겠다는 얘기. 이를 위해선 양준혁, 김한수 등 고참 선수들의 분발이 필수적이라며 "고참 선수들이 자신의 성적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에 빠지지 않고 팀 전체를 생각하는 야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우승 전략은 삼성을 세밀한 야구와 생각하는 야구를 하는 팀으로 만드는 것. 주자가 있는 경우 번트와 버스트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혹독한 훈련과 대화를 통해 '함께 강팀 만들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설득을 통해서도 따라오지 않는 선수들은 과감히 버리고 갈 것"이라며 "스포츠는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프로에서 패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엄격한 신상필벌과 이기는 야구에 중점을 둘 것임을 선언했다.

선 감독이 구상하고 있는 선수운용 방법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김한수는 3루수와 1루수, 조동찬은 유격수와 3루수, 박석민은 3루수 백업으로 활용하고 1루 수비가 약한 양준혁은 외야수와 지명 타자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외야수의 경우 심정수, 박한이, 강동우, 김종훈, 신인 조용훈 등을 경쟁시켜 이름이 아닌 실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출장시킬 것을 약속했다. 선 감독은 "불가능은 없다"며 "프로 선수들은 혹독한 훈련을 거치면 어떤 임무든지 수행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또 심정수, 박진만 등 대어급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한 데 대해 구단에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도 2군에 있는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 감독은 "삼성은 선수들을 키우는 데 인색했다"며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도 2군 선수 육성 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삼성 마운드를 책임진 배영수, 김진웅, 권혁, 권오준에 대해서는 "올 한 해 열심히 했지만 배영수는 앞으로 최소 3년간 현재만큼 꾸준한 성적을 기록해야 하고 김진웅은 투구폼의 변화, 권혁은 변화구 제구력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 감독의 우승에 대한 강한 집념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은 스승인 전임 김응용 감독에 대한 비판. 선 감독은 "믿는 선수들만 기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꾸준히 기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봐서 필요하다"며 김 전감독의 용병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대구팬들에 대해서 "수석코치로 부임하기 전에 다소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많은 성원을 보내줘 감사드린다"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을 갖고 팀을 운영할 것이며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창환기자 l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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