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해외순방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청와대 만찬회동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처음 자리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노 대통령은 박 대표와 악수를 할 때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일제히 울리자 "셔터 소리가 많이 나오네요"라며 반가움을 표시했고, 박 대표는 "오랜만입니다"라며 웃으면서 화답했다.
이날 청와대 회동은 4대 입법을 둘러싼 여야간의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와중에 열려 이에 대한 노 대통령의 입장에 보다 관심이 쏠렸다.
노 대통령은 해외순방결과를 설명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순방결과는 이미 보도를 통해 더 잘 알 것"이라며 "특별히 부풀릴 것도 없고, 특별히 줄일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을 모신 것은 순방과정의 여러가지 일들 중에서 궁금하신 것이 계실 수 있고, 지금 국내외 여러가지 어려운 것이 많은데 우리 국민들이 보기에 정치가 원만하게 풀리지 않을까봐 걱정이 많다"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실제 이 자리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서로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모습이 국민들이 바라는 바"라며 "특별한 내용이 없더라도 이런 기회에 허심탄회한 공사간 대화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또 노 대통령은 "저를 포함해 정치인 모두가 상생의 정치를 부도내지 않았나 하는 자기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정치인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박 대표가 최근 물밑추진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여부에 대해 묻자 "지금 준비하거나 추진되는 게 없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노 대통령은 "현재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에 적절한 여건에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의중이나 가능성 타진 움직임도 전혀 없지만 앞으로 가능성을 타진해서 회담이 추진되면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4대 입법과 경제문제 등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과 여야대표 간에 다소 설전도 오갔다.
한나라당 박 대표가 "4대 입법 추진과 관련해 무리하지 않기를 부탁한다"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이제는 대통령이 당을 지휘·명령·감독하는 존재가 아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박 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도 대통령의 얘기가 있자 크게 확대됐고 여당도 폐지로 돌아서지 않았느냐"며 노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경제활성화와 관련, 노 대통령은 "민생경제의 중요성에는 인식을 같이 한다"면서도 "연기금은 가장 강력한 국민자본인데 손발 묶어놓고 외국자본이 증권시장을 장악토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연기금을 통한 증시부양대책을 밀고나갈 뜻을 밝혔다.
이날 회동은 노 대통령이 "아무 때나 중요한 주제가 있으면 자주 만나 대화하자"는 제의에 여야대표들이 박수로 화답하면서 예정된 2시간을 40여분이나 넘기면서까지 이어졌다.
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만찬이 끝난 뒤 야당대표들을 본관 앞까지 나가서 배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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