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재기

입력 2004-11-25 13:55:38

중소기업 지원회사에 15년 간 근무하면서 알게 된 어느 중소기업 사장님의 이야기다.

그는 정말 정직하게 열심히 사업한 결과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다.

그런 사장님이 어느 날 느닷없이 30억원의 부도를 맞으면서 20년간 애지중지 일궈온 사업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중소기업이 30억원의 부도를 당한다면 대부분 연쇄부도를 내거나 고의로 사업을 접고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 사장님은 오직 성실과 정직 하나만으로 사업을 해오면서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경영철학을 가진 분이었다.

이때까지 고생하며 회사를 일으킨 열정과 땀이 너무나 아깝다며 스스로를 추스르고 주위의 위로와 격려에 용기를 내 위기 타개에 나섰다.

그러나 그 해결과정은 너무나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몇 번이고 자살을 생각했고, 부도낸 사장을 찾아내 결단을 내려고 몸부림 쳐보기도 했다.

하지만 자녀 공부를 위해 외국에 보낸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자기를 믿고 지원해준 은행직원과 거래처 사장님들을 도저히 저버릴 수 없어 다시 마음을 고쳐 먹곤 했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하기란 이만큼 힘들다.

그 사장님은 지금 또 다시 그 상황이 된다면 일찌감치 포기할 것이라고 했다.

수십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마련한 공장 일부와 손때 묻은 집을 매각해 채무를 정리할 때가 가장 참기 힘든 일이었다.

정말 자기 수족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과 아픔을 느꼈다고 한다.

모든 것을 줄이고 매각해 정리하고 나니 막상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부족했다.

휑하니 빈 공장을 볼 때마다 울분이 북받쳐 올라 참을 수 없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듣고 그 사장님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기를 속으로 기원했다.

그와 같은 경영자들이 피눈물나게 노력한 덕택에 한국경제가 이만큼 지탱하고 있지 않은가. 재기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어렵게 사업을 하는 수많은 중소기업 사장님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테니까 말이다.

이상일 신용보증기금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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