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암·바다 어울린 이국적 정취
유람선을 타고 울릉도의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남해 사량도의 지리망산 산행코스가 떠오른다.
다도해의 점점이 흩어진 섬들을 눈가에 달고 칼날 능선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울릉도 산행도 그에 못지않을 것 같다.
하지만 빠듯한 일정이 산행 발목을 잡는다.
어쩔 수 없이 2시간 정도 걸리는 도동~행남등대 간 트레킹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다.
트레킹의 시작은 도동항이다.
이곳에서 행남등대 쪽으로 해안산책로가 잘 조성돼있다.
인공암장처럼 크고 작은 돌을 박은 화산암을 깎아 산책길을 만들었다.
해안산책길이 끝나는 초소까지는 40분 거리.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바위틈에서 자라는 왕해국도 보며 쉬엄쉬엄 걷는 게 좋다.
초소 가까이 산책길 위에 있는 왕해국은 모진 바닷바람에도 아직 꽃잎을 놓지않고 있다.
초소에서부터 행남등대 오르는 길 양편은 상록다년초인 털머위 군락지다.
소나무 아래에서 10월~12월까지 노란색 꽃을 피우는 털머위는 이 시기에 장관을 이룬다.
온 산을 노랗게 물들인다.
아래쪽은 벌써 꽃이 졌다.
그래도 푸른 잎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다.
아쉬움을 안고 초소에서 행남등대까지 500여m 산길을 오르다보면 군데군데 노랗게 핀 털머위를 볼 수 있다.
대나무가 터널을 이룬 오솔길을 숨이 찰 정도만큼 오르면 삼거리. 왼쪽이 등대에 들렀다가 가야할 트레킹 코스인 도동 군청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등대로 가는 흙길은 등대지기 직원이 비질을 한 듯 깨끗해 가슴속까지 상쾌하다.
죽도와 관음도, 저동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는 등대 뒤쪽에 숨어있다.
잘 살피지않으면 등대만 보고 되돌아가기 일쑤다.
행남등대에서 숲길을 통해 도동에 있는 군청까지는 1시간 거리. 아름드리 해송 사이로 걷는 흙길이 평탄하다.
해안 산책길이 나기전 이쪽 마을사람들이 도동항으로 가던 옛길이다.
그 당시 초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모두 이 길을 통해 도동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
10여분 산길을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다.
저동항 앞의 촛대바위가 눈앞에 펼쳐지고 저 멀리 관음도와 죽도가 바다위에 웅크리고 있다.
이곳에서 능선을 향해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파르다.
제법 산행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또다시 대나무 터널을 지나 능선에 오르면 도동항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풍경에 욕심을 내서 칼날 능선에 다가서면 위험하다.
도동항에서 왼쪽으로 보이던 톱날능선이 여기인가 싶다.
아래쪽은 수백길 낭떠러지. 보는 것만 해도 아찔하다.
급경사 시멘트 계단을 내려섰다가 다른 능선에 오르면 군청 뒤쪽이다.
이곳에선 마음씨 좋아보이는 아저씨가 더덕을 팔고 있다.
어떻게 저런 급경사 밭에서 더덕을 생산해낼까. 군청 뒤쪽 급경사 산비탈에서도 부지깽이 등 산나물이 한참 자라고 있다.
산을 내려오면 군청 옆길이다.
내친 김에 군청을 지나 건너편 산자락에 있는 독도박물관에도 들러보자. 이곳은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 꼭 들러봐야할 곳이다.
늘 우리 맘 한쪽에 개운찮게 자리잡고 있는 독도. 이곳엔 우리 국토를 지켜내기위한 한 사람의 평생의 집념이 담겨있다.
독도박물관 앞의 '대마도는 본시 우리나라 땅'이라는 표지석은 또 왜 이렇게 가슴뛰게 하는지.
◇뭘 먹을까
산행으로 출출해졌다면 군청 옆의 보배식당(054-791-2683)에서 홍합밥으로 배를 채우는 것도 좋다.
이 식당의 특징은 단골이 많다는 것. 그만큼 홍합밥 하나 만큼은 이름난 곳이다.
주문을 받고 준비를 하기 때문에 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
홍합밥과 홍합죽 1만원.
울릉도에선 오징어 회 만으로도 충분하다.
도동의 울릉회타운(054-791-4054)에서 싱싱한 오징어회를 맛볼 수 있다.
4명이 먹을 수 있는 1접시에 3만원. 좀더 싸게 오징어회를 먹는 방법은 아침에 저동항에 구경삼아 나갔다가 사오면 된다.
전날 밤새 잡은 오징어를 위판하고 손질하느라 부산한 가운데 항구 한쪽에선 회로 썰어 판매한다.
4마리에 1만원. 전날 술 때문에 고생했다면 오징어내장탕이 좋다.
이름과는 달리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해장국으로는 그만이다.
7천원.
◇교통
울릉도로 가는 뱃길은 포항에서 뜨는 선플라워호가 매일 1회 정기적으로 운행한다.
매일 오전10시 포항 출발, 오후1시 도동항 도착. 울릉도 출항은 오후3시다.
△배편 예약=(주)대아고속해운(054-242-5111) △울릉도 일주 유람선 해상관광=울릉유람선협회(791-4468, 4488, 7010) △육로관광 버스=우산버스(054-791-2179) △울릉군 관광안내센터=054)790-6454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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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동항에서 행남등대로 가는 해안산책로. 화산암과 바다가 잘 어울린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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