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들이 앞다퉈 해외 로케이션에 나서고 있다.
미국, 호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동남아 일대까지 이야기의 무대를 넓히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은 국내 풍경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이국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솟는 제작비에 뻔한 스토리, 구태의연한 제작 시스템 등은 오히려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넘쳐나는 해외로케이션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월화드라마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각각 호주와 미국을 초반 배경으로 삼았다.
세계적인 명문 하버드대에 다니는 한국 유학생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미국 서부 LA 등지에서 촬영을 했다.
드라마에는 교내 촬영을 엄격히 금하는 하버드대 대신 USC(남가주대)와 UCLA(캘리포니아대 LA캠퍼스)를 화면에 담았다.
제작진은 8부까지만 미국에서 찍고 후반부 스토리는 한국 로펌사를 배경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호주 멜버른의 현지 촬영분을 내보내며 초반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주인공 차무혁(소지섭)이 호주 입양아로 나오는 이 드라마는 남태평양의 런던으로 불리는 멜버른의 상징인 시가전차 트램을 비롯한 멜버른 시가지 풍경을 HD화면에 담아냈다.
24일 전파를 타는 KBS2 '해신'은 지난 8월부터 두달동안 꼬박 중국 상하이와 사막지대인 둔황 지역에서 14회 방영분까지 찍어왔다.
영화 '영웅'의 촬영지답게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협곡 속에서 장보고가 젊은 시절 당나라 무령군 장수로 활약했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내달 1일부터 시작하는 SBS '유리화'는 일본 고베의 아름다운 항구와 거리가 드라마 초반 주요 촬영지로 등장한다.
1995년 대지진 후 재건된 고베의 거리는 일본이 아닌 유럽의 한 국가를 연상시킬 정도로 유럽식 건축 양식을 차용했다.
이 때문에 한국과 별다르지 않은 일본에서도 이국적인 화면을 담아낼 수 있었다.
내년 1월 '12월의 열대야' 후속으로 방송될 MBC '슬픈 연가'는 미국 뉴욕에서 상당 부분을 촬영중이다.
역시 내년 초 방송 예정인 '눈꽃'도 드라마의 50% 정도를 일본의 눈덮인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할 계획이고 내년 2월초 SBS를 통해 방송 예정인 '홍콩 익스프레스'(가제)도 드라마의 초반부를 홍콩에서 촬영한다.
홍콩 마피아인 삼합회와 연계된 인물이 주인공으로 극 초반 홍콩 빈민가와 항구의 풍광을 보여줄 예정이다.
◇해외 로케이션의 그림자
이처럼 너도나도 해외 로케이션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볼거리 제공과 해외 시장 수출 때문이다.
그동안 '올인', '풀하우스', '파리의 연인' 등 인기드라마들이 해외 촬영을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고 한류 열풍에 힘입어 드라마 수출 시장에서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해외 로케 드라마가 꼭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진 않는다.
치솟는 제작비와 식상한 소재, 구태의연한 제작시스템이 드라마 인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우선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제작비는 큰 부담이다.
20부작 '유리화'는 총 제작비 46억원을 책정했고 역시 20부작인 '슬픈 연가' 는 60억원, '해신'의 경우 1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16부작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경우 50억원, 24부작인 '비천무'가 60억원 정도가 책정됐다.
치솟는 제작비는 간접광고와 해외 판매를 통해 메울 수밖에 없지만 무분별한 간접광고는 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고 해외시장 판매는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또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재벌, 불치병 등 한국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와 이야기 구조가 반복되는 점도 자칫 한국 드라마를 식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늦은 대본과 '몰아 찍기'가 일반화된 드라마 제작시스템도 문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경우 방송 전 고작 4회 분 정도만 촬영됐고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와 '유리화' 역시 사전제작분은 4, 5회분을 넘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북경 내 사랑' 등에서 보듯 일단 한국에서 각광받지 못한 드라마는 현지에서도 환영받기 힘들다"며 "일단 높은 드라마적 완성도가 전제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사진: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왼쪽),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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