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건강에 대한 이해와 오해

입력 2004-11-23 17:12:18

운동, 몸에는 스트레스다

현대인은 오늘도 건강을 위해 달리고(마라톤), 차고(축구), 휘두르며(골프'배드민턴), 무거운 바벨(헬스)을 힘껏 들어올린다.

숨은 가쁘고, 인상도 찌그러지지만 그래도 참는다. 경제적 비용과 시간의 투자, 그리고 운동으로 인한 고통과 크고 작은 부상 따위는 건강을 위해 마땅히 부담해야 할 업보처럼 여긴다.

그러나 가장 건강할 것 같은 운동선수 중에서 한두 가지 부상으로 시달리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아예 운동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노인들이 텃밭을 가꾸고 뒷산을 산책하면서 오히려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경우를 적잖게 본다.

어쩌면 현대인은 운동만이 건강을 보장해준다는 신화에 사로잡혀 운동 중독증이라는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운동과 건강에 대한 논의를 정리해 본다.

◇몸은 운동을 스트레스로 반응한다

살아있는 유기체는 현재의 상태를 변화시키지 않으려는 성질이 있다(항상성). 근육도 외부에서 자극이 오지 않는다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운동은 우리 몸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운동이라는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몸은 부서지고 재조립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이 커지고 강해지는 과정을 보자. 일반 세포와 달리 근육세포는 세포 하나에 세포핵이 여러개 분포해 있다. 원통형태의 길쭉한 근육세포 중 큰 것은 30cm에 달해 세포핵 하나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심하게 하면 근섬유가 손상되고, 뇌는 조직을 재생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에 따라 주위의 위성세포가 부상부위로 몰려가 근섬유와 융합하면서 세포핵을 제공한다. 이렇게 늘어난 세포핵이 활동을 개시하면서 손상된 섬유는 더 굵어진다. 운동은 근육이 원하는 않는 변신을 강요하는 셈이다.

운동을 그만두면 근육은 다시 쪼그라든다. 인체 신진대사의 관점에서 볼 때 불필요한 근육을 달고 사는 것은 사치다. 근육이 많은 만큼 산소와 영양을 더 많이 소비하는 탓이다. 보디빌더들이 하루 5, 6회씩 식사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울룩불룩한 근육이 건강의 척도가 될 수 없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무리한 운동이 병을 부른다

달리기는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지만 심장근육이 움직이는 데엔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 특히 관절과 관절 사이의 연골은 재생되지 않는다. 운동으로 연골이 더 튼튼해지지도 않는다는 설명이다. 젊은 날 운동을 포함한 과도한 노동은 노후 관절퇴화를 부른다.

몸을 탈진시키는 마라톤과 체중관리가 중요한 체조는 여성의 월경주기를 혼란시키고, 골다공증과 빈혈을 유발하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성호르몬과 정자를 감소시킨다. 테니스, 배드민턴을 너무 즐기는 사람은 항상 어깨에 문제가 있고 근육과 인대의 손상으로 고통받기 마련이다. 수영, 스키, 골프, 사이클, 미식축구 등 어떤 운동이든 무조건 많이 하면 할수록 건강에 더 좋은 운동을 찾기란 어렵다.

요즘 인기있는 인라인 스케이트. 발목 부상을 막기 위해 육상동물이 이동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뼈와 인대, 관절이 모여있는 발목을 완전히 감싼 부츠를 신다보니 온갖 힘이 무릎에 들어가게 되고 무릎부상이 속출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운동이 아니라 활동이다

"운동은 (프로선수처럼)신체를 다른 '국면'으로 발전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반면, 신체활동은 우리 몸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개념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대 체육학부 이대택 교수는 일상생활 속에서 걷기, 계단오르기, 청소, 화초관리 등 지속적이고 충분하게 신체활동을 늘린다면 무리없이 장기적인 건강을 보장받는다고 설명했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는 "무리한 운동이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운동이 나쁘다는 식의 해석은 곤란하다"며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와 면역기능 약화, 최대산소 섭취량 등의 측정으로 운동의 적절한 범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운동처방에 따라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옆 사람과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조깅 속도' '땀이 조금나는 정도의 운동' '피로감이 일주일 이상 가지 않는 운동량' 등으로 적정 운동량을 가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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