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리모델링 많아지고 있다

입력 2004-11-23 10:04:53

정기예금 금리가 '바닥'을 기고 있지만 여전히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만 짝사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식이나 채권형 수익상품, 적립식 펀드, 신탁상품 같은 간접투자상품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어 불안하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금리에 애써 자족하면서, 쏟아지는 금융 신상품이 자신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한다면 '재테크 리모델링'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바꿔타서 재미 보는 사람들 vs 보수적 운용이 최고라는 이들= 50대 중반의 대학 교수 이모씨는 4월 대구은행을 찾아와 1천500만원의 주식형 수익상품을 구입했다.

이 교수는 은행 권유를 받기 전에 스스로 가입 금액 중 30%를 주식에 투자하는 안정형 간접투자상품을 선택했다.

대다수 고객이 은행 재무설계사들로부터 권유를 받고 받아들이는 데 비해 이 교수는 능동적으로 변화를 선택했다.

2천만원대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등 간접투자상품은 쳐다보지도 않았던 그는 언론매체를 통해 금융 상품의 변화 조류를 읽고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탔다.

수익률은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않다.

올해 주식 시황이 좋지 않아 3.5% 은행 금리보다 못한 1.5%대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1년 이상 장기 투자할 목적으로 이 상품을 선택했으며 나중에는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40대 후반 주부 최모씨는 지난해 5월부터 특정금리신탁 등 신탁상품 위주로 7천만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녀 역시 이전까지 정기예금에만 가입했으나 은행 측의 권유를 받고 상품을 바꾼 뒤 현재 은행 금리보다 1% 이상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50대 후반 사업가 김모씨는 6월 초 대구은행이 판매하는 템플턴골드채권펀드에 7천만원을 투자, 현재 6.97%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이 상품은 3월16일 첫 발매된 이후 6%대 이상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5억원대 이상의 금융 자산을 갖고 있는 김씨는 채권시장 투자 전망이 밝다는 은행의 권유를 받아들인 결과 정기예금보다 3% 이상 높은 이자 소득을 맛보고 있다.

이에 반해 40대 중반 주부 박모씨는 7천만원을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은행 측으로부터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투자를 권유받았으나 물가 상승률보다 낮더라도 3.5% 확정 금리의 안정 수익을 선호해 정기예금을 고집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이 많이 권했던 환율연동예금. 최근 환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좋지 않은 수익률을 보이면서 은행 창구마다 고객 항의에 곤욕을 치르는 일이 적지 않다.

특히 정보와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서울 사람들이 많이 가입했다가 손해를 본 것으로 지역 금융계는 점치고 있다.

△간접투자상품, 지역에서도 많이 팔렸다=은행 금리가 4%대였던 지난해 대구은행은 불과 356억원의 간접투자상품을 판매했으나 올해에는 이달 초 현재 4천500여억원을 판매했다.

국민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지난해 말 총 수신고 8조130억원 중 3천420억원의 간접투자상품을 판매했으나 올들어 이달 초 현재 7조7천400억원의 수신고 중 지난해 한해보다 배 이상 늘어난 7천300억원의 간접투자상품을 판매했다.

간접투자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대구은행 영업부 이광영 부부장은 "수익형 상품을 권유할 때 받아들이는 비율은 10명 중 3명 정도"라고 말한다.

수억원대 자산가 2명에 평범한 봉급생활자나 자영업자 1명 정도의 비율인데, 자산이 많은 이들은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반면 봉급생활자 등은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은행 신탁팀 오세현 과장은 "그래도 30%가 간접투자상품을 선택한다면 이는 놀라운 변화"라며 "1년 전만 해도 10명 중 1명 정도가 새 상품을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대구경북본부 김세종 과장은 "서울에 비해 대구경북 사람들은 보수적이어서 변화를 신중히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나 요즘들어 수익형 상품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고학력일수록, 재력이 많을수록 이런 변화를 잘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재테크 리모델링=금융 상품에 둔감한 이들은 대체적으로 금리를 손해보고 있어 재테크 리모델링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금융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정기예금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명확해졌으나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길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기예금 위주의 단순한 재테크보다 수익성을 좇아 새로운 상품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우리보다 먼저 금융시장 변화를 겪었던 미국의 경우 수익성을 추구하는 금융상품 위주로 재테크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현실을 예로 들고 있다.

대구은행 이광영 부부장은 "복잡해지는 금융환경 속에서 새로운 재테크 정보를 놓치지 않고 실천하는 이들이 더 많은 이득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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