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저자-여왕이 아니면 집시처럼

입력 2004-11-19 13:02:29

이기희 지음/휴먼 앤드 북스 펴냄

'시인에서 큐레이터까지,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나.'

미국 오하이오주 테이튼에서 화랑 '윈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재미교포 이기희(51)씨는 최근 펴낸 책 '여왕이 아니면 집시처럼'(휴먼 앤드 북스 펴냄)에서 결코 순탄치 않았던 삶을 풀어내고 있다.

두 번의 국제결혼과 때로는 시한부 남편의 간병인으로, 다운 증후군을 가진 딸의 어머니로, 사업가로 1인 다역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운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이를 기회로 만드는 그녀의 천성 때문에 성공한 사업가로 자리잡았다.

이기희씨는 1953년 경북 현풍에서 태어나 시인의 꿈을 키우며 계명대 국문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이씨는 서울로 시험보러 갈 여비가 없을 정도로 집안 사정이 어려웠다.

대학 시절 '주변문학' 동인을 결성, 이창동(전 문화관광부 장관), 시인 김원도(작고) 등과 함께 문학 활동을 하며 등단도 했다.

그의 인생은 우연히 참석하게 된 파티를 계기로 완전히 달라졌다.

파티에서 18세 연상의 미군 보급사령관을 만나게 되고 첫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당시로선 매우 파격적인 결혼이었기 때문에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야 했다.

소설가 이문열·이창동씨의 작품에도 이씨의 결혼사실이 나오고 이에 대한 충격이 묘사되고 있다.

가난한 여대생에서 주둔군 사령관의 아내가 된 이씨는 딸을 낳지만 딸은 다운증후군에 선천성 심장기형을 갖고 태어났다.

얼마 후 남편과 미국으로 떠나게 된 이씨는 잠시 행복한 생활을 하지만 곧 남편이 식도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후 3개월동안 고통스러운 투병생활 끝에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다.

절망에 빠진 이씨는 한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모든 살림을 정리한다.

귀국을 앞둔 일주일 전, 우연히 들른 중국식당의 주인인 중국인 남자를 만나 두 번째 결혼을 하게 된다.

중국인 남편 사이에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이씨는 그후 사업이 번창해 7개 중국식당 체인을 낼 정도로 부를 이루었다.

'자신만의 일'을 찾던 이씨는 '윈드 갤러리'란 이름으로 화랑을 열고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야말로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생애를 살아온 그녀는 자신을 두고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

짧지만 남들보다 긴 생애를 살아온 이씨의 다음과 같은 고백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

"신은 내게 다른 사람이 겪을 수 없는 고통을 통해 나를 단련시키셨다.

더불어 분에 넘치는 기회 또한 내려주셨다.

나는 단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고 문득 멈춰보니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게 된 것이다.

"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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