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전스(Emergency)는 우리말로 '창발성'으로 번역한다.
이머전스는 '이머전스'란 책을 쓴 스티브 존슨이 만든 말이지만 그 역사는 1970년대 칠레에서 나온 오토포이에시스이론, '자기조직화하는 우주'의 저자 얀치, 무산구조를 밝힌 프리고진 등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티브 존슨은 이머전스를 주로 프리고진의 아메바 응집현상이나 여왕개미의 신화에 바탕해 설명하지만 사실 그 기원은 오토포이에시스이론에 있다.
얀치의 '자기조직'은 오토포이에시스, 즉 '자기제작'과 그리 멀리 떨어진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창발성'이란 뭘까? 오토포이에시스이론에 따르면 신경의 뉴런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감소하는데 인간의 경우에만 태아 5개월 정도가 되면 그 수가 최대가 된다.
즉 불가사의하게도 뉴런은 점점 대량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 뉴런 사이의 '접속'이 이루어질 수 있으면 뉴런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접속할 수 없는 것은 세포의 자살이라는 회로를 사용하여 소멸하고 그 주위의 매체나 소재가 된다는 사실이 뇌과학의 실험에서 밝혀지고 있다.
여기서 창발성과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접속과 새로운 회로의 생성이다.
필자는 요즘 오토포이에시스이론에서 위안을 얻고 있다.
나이 50이 넘으면 접속과 생성이 새롭게 이루어져 창발적인 사고를 할 수 있기를 은근히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주위 환경은 이머전스에서 떨어져도 한참 떨어져있는 듯하다.
접속은커녕 칸막이치기식 학문이 번성하고 맞춤식 교육이 맹위를 떨치는 곳에 접속과 생성이 일어날 리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매한가지이지만 지난 시절 '연필굴려' 가나다라 답을 찍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접속과 생성이 아니라 어설픈 용접수준의 구조조정에 대학이 몸살을 앓고 인문학의 위기 운운하지만 동서지간인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관계에 대해서는 모두 모르쇠로 일관한다.
창발성이론으로 학문, 예술, 과학, 교육 등에서 새로운 회로들이 생성되고 있는데 우리교육의 뉴런은 자살소동만 벌이는 듯하다.
이득재· 대구가톨릭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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