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전운 감돌아

입력 2004-11-19 11:50:30

여 4대입법 강공 비치자 한나라"모든 수단 저지"

이해찬(李海瓚) 발언파문을 진화하고 가까스로 정상화됐던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18일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퇴장속에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최광(崔洸) 국회 예산정책처장 면직동의안을 정무위와 운영위에서 단독처리함에 따라 여야가 다시 난기류에 휩싸인 것. 여당이 4대입법 처리를 앞두고 강공의지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자 한나라당은 19일 청와대와 정권실세들의 개입설을 주장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2개 안건의) 본회의 처리를 막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날 우리당이 정기국회 2대 쟁점안건을 표결처리한 것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의 불참 속에 우리당이 표결을 강행한 것은 17대 국회 들어 처음있는 일이라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한나라당이 타협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원내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여당 입장에서 표결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여당의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과반의석을 가까스로 넘기고 있는 입장에서 정기국회가 종료시점으로 달리고 있기 때문에 그만치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후에는 자칫 현재의 국회 과반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쨌든 이번 정기국회내에 4대입법을 포함한 개혁입법 처리를 강행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부영(李富榮) 의장이 전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민주적으로 선택한 국회에서 의석수로 의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고 말한 것도 이런 '4대 입법'의 표결처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운영에서 야당을 존중하고, 의연하고 합리적인 자세로 합리적인 타협을 추구할 것"이라며 "소위 4대입법도 밀어붙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19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청와대 개입설을 주장하는 등 강경한 분위기를 보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정무위와 운영위에서 표결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했지만, 앞으로 4대 입법 등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고 전의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의 합리적 요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계속 단독처리를 강행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내겠다"면서 "이번 사안의 본질은 여야 타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 정부의 간섭과 밀어붙이기에 있는 만큼 청와대와 정부가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회운영도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도 "앞으로 여당의 독주를 막기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핵심은 4대법안인 만큼 물리력 등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막겠으며,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과도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최광 국회 예산정책처장 면직동의안은 이날 열린 운영위에서 당장 문제가 됐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여당 단독처리의 부당성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 안명옥(安明玉) 의원은 "신설된 지 겨우 1년이 되는 국회예산정책처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좌초할 우려가 있다"면서 "국회예산정책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보장반안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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