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옷만 벗으면 용서 된다

입력 2004-11-18 17:18:30

사회적 물의도 '누드'한편이면…"언제 그랬냐" 재기 예사

얼마 전 참회의 기자회견장에서 옷을 벗어 물의를 일으킨 '철없는' PJ(포르노쟈키)들도 있었지 않은가. 영화계에서도 그런 이들은 많다.

이승연. 그동안 무수한 루머를 뿌리던 그녀가 올해 드디어 한건(?) 했다. 종군위안부 할머니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한 사건이다. 그녀의 얇기 얇은 역사인식은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고, 올 상반기 최고의 이슈가 됐다.

그 정도면 '매장'될 법도 한데 또 재기했다. 김기덕 감독의 '빈집'에 출연해 처량한(?) 표정 몇 번 지었고, 그것을 본 언론은 '이승연 화려한 재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녀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또 나올 태세다.

성현아의 경우도 그랬다. 그녀는 마약복용으로 구속됐다. 마약은 전 세계를 막론하고 반사회적 '공적' 1호다. 스타의 불미스런 스캔들에 비교적 관대한 할리우드도 '드럭'(Drug)이란 말에는 쌍도끼를 들고 달려든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모든 잘못을 용서받은 듯 하다. 역시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나와 "나 정말 깨끗하게 되는 거지? 나 깨끗하고 싶어"라는 다의적(?)인 대사를 뱉어내더니 재기했다. 이제는 연예인들을 모아 놓고 왁자지껄 수다 떠는 초저녁 TV프로그램에도 자주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벗으면 된다'는 것이다.'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는 성현아는 강간당한 몸을 남자 친구에게 맡기며 전라의 몸매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누드집도 찍었다.

좀 더 멀리 가면 신은경의 경우도 있다.

그녀는 비교적 경미한 사건인 음주운전 사건이었다. 그러나 옆에 누가 탔느니 뭐니 하는 통에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앞의 두 인물에 비하면 반사회적인 요건으로는 정말 경미한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거의 매장될 뻔 했다. 그녀는 임권택 감독의 '노는 계집 창'을 통해 '면죄부'를 받았다. 극 중에 사창가 여인으로 나오는 신은경은 개울에서 돌로 몸을 피나도록 닦아냈다. 이 더러운 찌꺼기를 씻어내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이들은 모두 영화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고, 감독은 비교적 명망(?)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로서는 구세주 같은 인물일 것이다.

아쉬운 것(?)은 재기에 성공하면 '언제 나 그랬느냐'는 듯 옷을 걸어 채우는 것이다. 신은경은 '조폭마누라'에서 문신이 그려진 상반신(그것도 등만)을 보여주었을 뿐, '노는 계집 창'에서의 모습은 더 이상 보여주지 않는다.

성현아는 '주홍글씨'에서 '팜므 파탈'(악녀)의 역할을 하면서 노출은 크지 않았다. 영화의 성격을 보면, 성현아는 한석규-이은주-엄지원의 고리의 바탕을 이뤄주는 인물이다. 추악하고 사악한 불륜의 충격을 그녀가 증폭시켜줘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단추를 잠갔다. 그래서 4인의 관계가 어긋버긋하면서 "쟤는 왜 나왔어?"라는 소리를 하게 만들었다. 옷만 벗으면 '용서'되고, '면죄부'도 받을 수 있으니 참 편하겠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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