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낳은 '국민타자' 이승엽(28·롯데 지바 마린스)이 16일 밤 마음 푸근한 고향을 찾았다.
15일 입국한 뒤 서울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아버지 이춘광씨가 머무르는 집에 아내 이송정씨가 함께 내려왔지만 그에게 휴식이란 없었다.
17일 눈을 뜨자마자 시내 모 헬스클럽에서 런닝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개인 훈련을 시작한 이승엽은 이날 저녁 이송정씨, 삼성 투수 배영수, 권오준과 함께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와 서울 SK간 경기가 열린 대구체육관을 찾았다.
△"행동으로 보여 줄 겁니다.
"
이승엽은 휴식을 위해 대구를 찾은 것이 아니었다.
입국 전 구단으로부터 일일 훈련량을 별도로 지시받았고 그 프로그램에 따라 매일 헬스클럽을 찾아 비지땀을 쏟고 있다.
개인적인 성취욕도 있지만 매일매일의 훈련량을 구단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 이날도 지인이 운영하는 시내 한 헬스클럽에서 런닝과 웨이트트레이닝, 신체 밸런스를 조절하는 등 하루종일 빡빡한 훈련을 소화했다.
이춘광씨가 "집에 왔지만 얼굴보기가 쉽지 않아 아쉽다"고 할 정도. 이승엽은 "며칠 후에 서울에 잠깐 다녀온 뒤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훈련에만 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배영수가 "형,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말하자 이승엽은 "(내년에는) 잘 해야 할 것 아니냐"며 "스트레스 엄청 받는다"고 말해 그간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님을 내비췄다.
이송정씨는 이승엽을 슬쩍쳐다본 뒤 "가까이서 지켜보는 사람도 힘들었다"며 고달팠던 일본 생활을 되돌아봤다.
이승엽에게 일본 프로야구 데뷔 첫 해는 고전의 연속이었다.
10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40, 14홈런, 50타점의 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2군을 경험했고 때론 선발 출장도 쉽지 않았다.
내년에는 외야수로 포지션 변경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이승엽은 "일본 투수들은 한국과 달리 릴리즈(release·투수의 손에서 볼이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 직전까지 볼을 많이 끌어 손목을 이용해 던지기 때문에 구질을 파악하기 힘들었다"며 "이제는 적응이 된 만큼 내년에는 뭔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마음이 편해요."
오랜만에 장기간 고향을 찾은 이승엽은 들떠있었다.
농구 경기 내내 옆에 앉은 이송정씨와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환한 웃음을 지었고 후배 배영수와 권오준과도 농담을 그치지 못했다.
이날 저녁 배영수가 이승엽에게 전화를 걸어 "농구 경기장에 함께 가자"고 제의했고 이미 아내와 농구경기장을 찾으려 했던 이승엽은 배영수를 만나자 "이제야 전화를 하냐"며 "버릇없이…"라고 웃으며 면박을 줬다.
절친한 고향 선·후배의 모습이었다.
특히 이승엽은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배영수에게 "우와!, 축하한다"며 훌쩍 큰 후배가 대견한 듯 어깨를 다독였다.
또 배영수가 "형이 회를 많이 사 줬느냐"는 질문에 이송정씨가 "한 번도 못 먹었다"고 대답하자 이승엽은 정색을 하며 "사줬잖아"라면서도 "일본에는 회가 비싸기도 하고 어디 파는 지도 잘 모르겠더라"며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이승엽은 "고향에 오니까 역시 마음이 편하다"며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승엽은 연말을 대구에서 보낸 뒤 1월 중순 스프링캠프 일정에 맞춰 일본으로 떠날 계획이다.
이창환기자 l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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