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아역스타들 어디서 뭘할까

입력 2004-11-17 15:24:10

최근 몇 장의 사진이 인터넷을 떠돌며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1년까지 방송됐던 SBS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아버지 박영규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어른 뺨치는 연기로 사랑받았던 미달이의 최근 사진이다. 본명은 김성은(13). 훌쩍 크고, 한층 성숙해진 얼굴에서는 예전 '말괄량이 미달이'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어린아이답지 않은 영특함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모으는 수많은 아역스타들. 그러나 그들 중에 성인 연기자로 성공하는 경우는 2, 3%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그들은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많은 특권을 반납해야 하고 그만큼 삶의 위기도 일찍 찾아온다. 추억 속의 아역 스타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 아이들=아역스타들은 어린 시절부터 특별한 존재로 대접을 받기 때문에 정상적인 학교생활과 사회경험을 할 수 없어 사회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SBS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스타덤에 오른 미달이 김성은에게 높은 인기는 부담감으로 어깨를 짓눌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성은을 '아이'가 아닌 '스타'로 바라봤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키도 잘 자라지 않았다. 김성은이 찾은 탈출구는 '유학'이었다. 김성은은 2002년 2월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는 판사가 되고 싶다"는 전혀 미달이 답지않은 어른스런 말을 남긴 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지로 유학을 떠났다.

어린이로 볼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요리실력을 자랑하던 노희지(16)도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갔다. 1998년 종영한 EBS '노희지의 꼬마요리'에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사랑받았던 노희지는 이후 몇 편의 요리코너와 뮤지컬 등에 출연하다 지금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돌아갔다. '순풍산부인과'에서 철부지 어른보다 훨씬 더 의젓했던 의찬이 김성민(13)은 현재 서울의 한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미달이에게 항상 당하기만 했던 정배(본명 이민호'11)는 교양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간간히 얼굴을 비친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장길산'에서는 어린 정진인 역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시 꾸는 연기자의 꿈=한동안의 방황을 접고 다시 연기자를 꿈꾸는 아역스타들도 있다. 1987년부터 4년간 방송된 MBC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서 순돌이로 사랑을 받았던 이건주(21). 둥글둥글 순진해 보이는 얼굴에 넉넉한 살집이 예전 순돌이 모습 그대로인 그는 지난 1996년 돌연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가 2002년 6월 방송됐던 MBC '로망스'에 출연하면서 다시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2000년 말 귀국 후 인터넷방송 웹자키 겸 PD를 경험했고 '튠업'이라는 3인조 힙합그룹을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마술가게'로 첫 연극무대에 올랐다. 이건주는 시트콤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주는 배역을 맡고 싶은 것이 꿈.

1970년대 후반 20여 편의 얄개 시리즈에서 '얄개' 역을 맡아 인기를 누렸던 배우 이승현(44). 그는 1986년 무작정 캐나다로 떠난 뒤 골프장에서 지렁이를 잡고, 식당에서 감자써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렸다. 결혼 이후 12년 동안 필리핀과 영국을 떠돌다 지난 1997년에야 한국으로 돌아왔다. 몇 편의 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그는 배우로서의 재기는 물론 감독으로 직접 메가폰을 잡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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