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 연고를 두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오페라단은 모두 8개로 서울(26개) 다음으로 많다.
특히 서울지역 오페라단 가운데 그랜드오페라를 꾸준히 무대에 올리는 단체는 6, 7개에 불과한데 지역 오페라단이 매년 작품을 제작, 무대에 올리는 것은 외형면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실에서 한국 오페라의 메카를 향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성공 키워드는 대중성 확보와 지역 예술계 발전 견인 등 두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이번 오페라축제는 대중성 확보라는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순수관객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당수 관객들이 출연 오페라단과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어 작품 내용보다 팸플릿에 나온 출연자 사진을 먼저 확인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오페라가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공연이 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증거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오페라 저변 확대를 위해 우선 우리말 공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경욱 서울시립오페라단 단장은 "공연을 꼭 원어로 할 필요가 없다"며 "미국에서는 원어 공연과 함께 영어 공연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에 앞서 실시되는 리허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중요하다.
지난 4일 오후 3시 지산중학교 학생 1천여명이 리허설을 관람한 것은 미래 관객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았다.
고속철도가 가져온 교통혁명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혜준 음악극 전문가는 "독일의 경우 오페라 관람권이 기차표, 지하철 승차권 역할도 하고 있다"며 "인터넷으로 대구오페라축제 관람권을 구입한 타 지역민들에게 고속철도 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기원오페라단이 2001년 철도청과 함께 오전 9시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태백산으로 이동, 산사 오페라와 주변 관광을 한 뒤 밤에 서울로 돌아오는 무박2일 문화패키지 상품을 개발, 호응을 얻은 것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또 웰빙 시대 문화 상류층을 겨냥 오페라 연간 관람권을 판매하는 '문화설계사'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또 오페라 공연이 일주일 간격으로 열리다 보니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기 어려운 것도 대중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페라 공연이 없는 날 음악회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축제 분위기가 오페라하우스 주변을 벗어나지 못해 축제 개최를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게 현실이다.
지난 20~22일 오페라하우스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주민 음악회가 성황을 이룬 점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오페라 축제가 지역 예술계 발전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외국의 유명 오페라단을 통째로 초청하는 것보다 연출가, 주연 등 소수 인력만 데려오고 합작 형태로 오페라를 제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페라 전문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무대 인력 양성도 빼 놓을 수 없는 사항. 신 단장은 "오페라 가수와 달리 무대 인력 가운데 체계적인 공부를 한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오페라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오페라축제조직위의 기획력과 전문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정비도 요구된다.
당초 상하이오페라단을 초청하려다 개런티, 오페라단 수준 등에서 문제가 제기돼 취소됐고, 정명훈 명예조직위원장과 대구시향이 열기로 한 갈라콘서트도 무산됐다.
결국 축제 개막 한달여를 앞둔 지난 8월말 로마오페라단 초청 공연으로 급선회하면서 행사 진행에 문제점을 노출했다.
축제에 참가할 민간오페라단 선정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당초 조직위가 심사를 통해 참여 단체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고, 추진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해 안건처리에 진통을 겪는 등 비효율성을 노출하기도 했다.
따라서 조직위에 오페라전문가를 영입하고 예술감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예산도 대구시가 오페라하우스를 거쳐 조직위에 지원하다 보니 수익금 대부분이 시로 귀속되면서 독립적인 조직위 운영이 힘든 실정이다.
예산이 조직위로 바로 지원되고 수익금은 오페라 발전에 재투자되도록 개편해야 한다.
또 다음해 행사를 위해 미리 해외 초청단체 섭외 등 준비에 들어가야 하지만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추진하지 못하는 점, 9억원(시비 7억·국비 2억)의 예산은 국제행사를 치르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대구시는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국제오페라축제에 7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축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치밀한 기획과 운영 등 조직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명해진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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