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소나무 에이즈' 비상

입력 2004-11-16 11:29:54

울산 이어 포항·구미 등 급속 확산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材線蟲)이 한반도를 공습하고 있다. 급속히 확산추세인 재선충을 방치할 경우 일본처럼 국내 산림의 65%를 차지하는 소나무가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경북도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올들어 경남 하동과 창녕, 제주, 울산에 이어 최근 경북 포항 기계면 내단리 산 일대 50필지 91ha에서 재선충 감염으로 말라죽은 소나무 3천850여 그루가 발견됐다. 구미지역에서는 재선충 피해 면적이 2001년 4곳 26ha에서 현재 24곳 467ha로 넓어졌다. 지난 88년 첫 발견 뒤 재선충 피해규모는 현재 전국적으로는 6개 시·도 ,30개 시·군에 3천500ha(15만5천그루)에 이르고 있다. 경북에서는 3개 시·군 558ha(8천여 그루)의 피해가 발생했다.

비상이 걸린 경북도는 김용대 행정부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소나무 재선충 방제 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재선충 확산 방지에 나섰다. 경북도는 재선충이 발견된 지역의 모든 소나무를 베어 내거나 죽은 소나무 주변 5m 안쪽을 벌목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또 잘라낸 재선충 감염의심 소나무의 60%를 현장 파쇄하고 40%를 소각하며 재선충을 신고할 경우 10만~2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특히 재선충 발생지역이 문화유적이 밀집한 경주와 금강송 서식지이자 송이 집산지인 울진·영덕지역과 멀지 않은 점을 중시하고, 재선충이 발생한 포항 기계면 내단리 북쪽 1km를 확산 저지선으로 정해 경주·영덕·영천·청송에서 재선충 특별 예찰활동에 들어갔다.

김용대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획기적인 방제대책이 개발되지 않는 한 재선충 확산에 따른 소나무 절멸 사태마저 우려된다"며 "현재로서는 조기발견에 따른 조기방제가 최선의 대책인 만큼 지역민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치사율이 100%인 데다 치료방법도 아직 개발되지 않아 이미 일본과 대만에서는 소나무숲이 재선충으로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재선충은 어떤 벌레인가

소나무를 말라죽이는 재선충은 1mm 크기의 기생충. 재선충은 한쌍이 소나무에 침투하면 1주일 만에 20만 마리로 불어날 만큼 무서운 번식력을 갖고 있다. 재선충을 소나무에 옮기는 것은 솔수염 하늘소인데 둘은 공생 관계다. 솔잎 새순을 먹는 솔수염 하늘소는 소나무에 알을 낳지만, 살아 있는 소나무를 뚫지 못한다. 말라죽은 소나무에 알을 낳아 살아있는 소나무에 전파시키는 방법으로 알 낳을 자리를 확보한다.

사진설명 :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사진 아래)으로 소나무가 말라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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