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박지원씨 뇌물 '무죄취지' 파기환송

입력 2004-11-13 08:16:17

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12일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2년에 추징금 148억5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150억 수수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전 장관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된) 김영완씨가 그의변호사를 외국 호텔로 불러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과 관련해) 작성한 진술서들은 그 작성경위와 방법이 비정상적이고 내용도 의심스러운 데다 피고인의 반대신문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에게 CD 150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에 대한 이익치씨의 진술은 사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있고 피고인을 만난 시간과 주차장소 등에 관해일관성을 결여하고 있어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계좌추적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할 사항이 나오지 않은 점과 경험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감사 인사를 마땅히 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정몽헌씨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은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들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원심의 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심으로서는 이러한 점들에 대해 더 심리를 한 다음, 이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익치씨 진술의 신빙성에 관해 좀 더 면밀히 검토해 유.무죄를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죄의 인정은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해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판단할 수밖에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 전 장관이 SK그룹에서 7천만원을 받은 혐의와 대북송금 과정의 직권남용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서는 원심대로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대해 대검 중수부(박상길 검사장)는 "파기환송심이 열리게 될 고등법원에서이익치씨 진술의 신빙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보완해 재판부의 심증을 확실히 하도록하겠다"며 "검찰은 박지원씨가 150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 북한에 5억달러를 불법 송금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작년 6월 구속기소된 뒤 현대측으로부터 1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150장을 수수한 혐의 등이 드러나 추가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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