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할아버지' 최주식씨

입력 2004-11-11 11:52:42

"산에 오를때 하나씩 가져 가세요"

"할머니, 할아버지 산에 오를 때 지팡이 하나씩 가져가세요."

매일 오후 2시에서 해거름 사이 수성구 파동 장음사 입구에 가면 '지팡이 할아버지'로 불리는 최주식(崔周植·70)씨를 만날 수 있다

최씨가 노인 등산객들을 위해 지팡이를 만들어 주기 시작한 것은 작년 이맘때쯤부터. 지금까지 나눠준 '사랑의 지팡이' 수는 100개가 넘는다.

"풀독에 쏘이며 꺾어 온 나무를 다듬어 지팡이로 만드는데 사흘이 더 걸린다"는 최씨는 "이 일을 시작한 것은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손발이 되어서…"라고 말했다.

최씨가 이웃에게 나눠주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최씨에게도 신산의 삶이 있었다.

쌀 씻은 물조차 남에게 주기 싫을 정도로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 세 살 난 아들(42)이 뇌막염을 심하게 앓아 사경을 헤맬 때 "뒷날 형편이 나아지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돕겠다"고 다짐하며 아들을 간호했다.

그 다짐을 잊지 않고 최씨는 지난해 평생 모은 돈 2천만원 중 1천만원은 여성장애인연대에, 1천만원은 일심재활원에 기탁했다.

젊은 시절 안 해 본 장사가 없을 정도로 고생해 마련한 적금과 술·담배를 멀리하고 버스를 타고 다니며 모은 돈이다.

아들은 뇌막염 후유증으로 장애를 가졌지만, 성장한 뒤 막노동을 통해 모은 돈으로 15년 전 충북 음성 꽃동네에 2천평의 땅을 구입, 장애인 회관 건립용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지난달엔 헌혈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포장도 받았다.

부전자전이다.

이밖에도 최씨의 이웃돕기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수십년 동안 꽃동네, 평화의 마을, 밀알 마을, 들꽃마을 등 이웃 단체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낸 것은 물론 지난 5년 동안은 '요셉의 집'에서 무료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최씨는 올 5월 가톨릭신문에 희귀병을 앓고 있는 박유나·근효 남매의 사연을 보고 수술비 일부를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96년 수성구민 대상, 97년 대구경북 사회봉사 부문 최우수상(금오 대상)을 받기도 했다.

"성경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다"며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던 최씨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수영기자 poi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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