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삶의 진통제로 찾은 섹스
섹스는 건강에 좋다. 물론 이런 얘기는 대부분의 의사가 하는 것이다. '건강이 좋아 섹스를 한다'와 '섹스를 하니 건강이 좋아진다'는 말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 있는 것이다.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체력적 소모로 인해 다이어트 효과도 있고, 노화 치매 건망증에도 섹스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섹스는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인류 최고의 마사지. 섹스가 건강에 좋은 10가지 이유 중에 '통증을 완화시켜 준다'에 주목한다. 아픈 것도 잊게 한다는 말인가?
영화 '몬스터 볼'에는 단 한번의 섹스신이 나온다. 이 가을에 꼭 한번 보길 권하는 에로킹의 제안이다. 사형수를 남편으로 둔 레티샤(할리 베리). 11년째 면회.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하나 뿐인 아들은 초콜릿 중독이다. 못 받은 아빠의 사랑을 초콜릿으로 해소하는 것일까. '검둥이인 것도 모자라 뚱보까지 되다니'. 그녀는 레스토랑 웨이트리스로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는다.
어느 날 남편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제 유일한 위안은 '뚱보 아들'뿐이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밤, 아들마저 뺑소니 사고를 당한다. 피범벅이 된 아들을 안고 오열한다. 레스토랑 단골손님 행크(빌리 밥 손튼)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데려가지만, 아들은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뒤다.
이제 그녀에게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삶은 그녀에게 어떤 즐거움과 행복을 주지 못하고 고통만 강요할 뿐이다. 인생의 벼랑에 몰린 레티샤는 행크를 통해 위로를 찾는다.
술에 취해 행크의 품에 안긴다. 그녀는 절규한다. 본능적으로 행크의 품으로 파고든다. 행크와 섹스하면서 한가지말만 되풀이 한다. "즐겁게 해줘요! 제발". 단 한번도 즐거웠던 적이 없는 그녀. 행크와의 섹스는 삶의 진통제나 다름없는 것이다. "제발 날 기쁘게 해 줘요. 그냥 기분이라도 좋아지게"…
"즐겁게 해줘요!"는 섹스에 굶주린 요부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다. 그러나 레티샤의 입을 통하자, 너무나 가슴 절절한 말이 된다. 제발 이 고통을 잊게 해주세요. 제발 나를 잠시라도 이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이제 그녀의 얼굴에 웃음을 찾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 세상에서 그녀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단 한 사람 행크가 다름 아닌 남편의 사형집행관이었던 것이다. 이 얼마나 절망스럽고, 가혹한가.
이 영화는 희망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할리우드의 '흑진주' 할 베리는 이 영화로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캣우먼', '007 다이 어너더' 등에서 섹시한 면모를 보였던 그녀는 한 여인의 절망을 온 몸으로 연기한다.
할리우드에서는 이 섹스장면을 두고 "정말로 둘이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백인 남자와 흑인 여자의 이종간 섹스는 항상 할리우드를 떠들썩하게 만든다. 인종갈등의 첨예한, 그리고 자극적인 표현법이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클라이맥스에 절정을 절정답게 하는 음악을 쓸 법도 하지만 감독 마크 포스터는 어떤 음악도 쓰지 않았다. 가쁜 호흡만 쏟아져 나올 뿐이다. 그래서 절망 속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듯, 몸부림은 더욱 증폭된다.
그들의 섹스는 몸과 몸의 '부대낌의 부산물'이라기보다 가혹한 삶에 대해 'Fuck! You'라고 삿대질하는, '불운의 신'에게 보내는 카타르시스같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댓글 많은 뉴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연휴는 짧고 실망은 길다…5월 2일 임시공휴일 제외 결정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골목상권 살릴 지역 밀착 이커머스 '수익마켓'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