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길의 베트남기행-베트남·캄보디아 국경 '목바이'

입력 2004-11-10 11:51:12

캄보디아 신비의 유적지인 앙코르 와트의 사진촬영을 위해 베트남에서 일행 세 사람의 랜딩비자를 현지여행사를 통해 준비했다.

베트남에서 육로로 캄보디아 국경을 넘는 것은 처음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다.

6월 28일 오전 11시 30분 일행 3명과 함께 호치민에서 버스로 베트남 국경인 목바이(Moc Bai)에 도착했다.

국경지대라 경비가 삼엄하고 철책이 둘러싸였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철책은 물론 경비병도 보이지 않았고 두어 채의 가건물만 있을 뿐이어서 분위기가 삭막했다.

출국심사를 서너 군데 거쳐 캄보디아 입출국장으로 갔다.

사실 베트남 측 출국심사는 별것 아니었으나 새치기가 많았고 관리들이 공공연하게 돈을 챙겼다.

300m거리의 양국 완충지대를 지나 캄보디아 입출국장에 도착하니 여행객을 상대로 생계를 이어 가는 짐꾼 비슷한 안내인들이 여권에 돈을 넣으라는 시늉을 했다.

말하자면 원시적인 로비 활동이었다.

국경을 통과하는 여행객은 대부분 일종의 입국요금 또는 세관요금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물론 불법이지만 베트남 국경 수비대는 이런 식으로 여행객의 돈을 갈취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관례인 듯하여 여권에 베트남 돈 얼마를 넣어 주었더니 바로 통과시켜 주었다.

이번 캄보디아 방문은 베트남 여행 중 갑자기 계획된 일이라 정보가 부족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해외여행에는 치밀한 계획과 많은 정보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오니 수도인 프놈펜으로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프놈펜까지는 6, 7시간 거리다.

목바이 국경을 오가는 또 다른 방법은 택시 합승이며 육로로 국경을 넘나들 땐 해당국가의 복수 비자를 준비하는 것이 편리하다.

베트남 국경 중 여행객이 가장 많이 통과하는 곳은 베트남의 떠이닌(Tay Ninh)과 캄보디아의 스바이리엉(Svay Rieng)을 연결하는 바로 이곳, 목바이다.

악몽의 시작은 캄보디아에 들어간 지 4일 만에 베트남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캄보디아 국경에 도착했을 때부터였다.

랜딩비자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뇌물을 적당히 주고 캄보디아 국경은 쉽게 넘었지만 베트남 입국장에서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

역시 랜딩비자가 잘못 되었다는 핑계다.

뇌물을 넣은 여권을 내밀었으나 1시간 이상 지체하다가 결국 캄보디아 국경으로 다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절박함에 부닥치고 말았다.

여러 방법을 찾았으나 말이 잘 안 통해 큰 어려움을 겪었고 시간이 흘러 어두워질 때까지 해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날씨조차 사납게 변하더니 급기야 먹구름이 휘몰아치고 거센 바람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온은 떨어지고 비에 젖은 몸은 오한이 들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악몽이었으면…'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결국 방법이 없어 복수비자를 갖고 있던 필자만 베트남으로 넘어오고 일행은 캄보디아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는 서글픈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필자만 의지해 따라왔던 일행 세 사람을 캄보디아에 두고 오려니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고 가슴이 미어졌다.

호치민 숙소에 돌아와서도 일행의 안위 문제 걱정으로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 담배를 두 갑 반이나 피워댔다.

캄보디아 국경으로 되돌아간 일행은 폭우 속에서 갖은 고생과 함께 돈을 갈취당하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이튿날 오후 일행이 호치민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지만 지금도 그 순간 뇌물을 듬뿍 건넸더라면 하는 생각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이렇게 외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뇌물수수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후진국일수록 이런 일은 빈번하다.

안타깝지만 여행객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일인 것 같다.

반면 이 여행으로 얻은 것도 있다.

이제는 어느 나라 국경을 육로로 여행하더라도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베트남-캄보디아 국경에서의 악몽, 그 폭우 속에서 살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 다녔던 기억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다.

전 계명대 교수·사진작가사진: 캄보디아 국경지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구걸을 하는 원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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