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유해 남북으로 '이산'

입력 2004-11-10 10:12:36

지난달 하순께 중국 정부에 의해 북한으로 송환됐던 국군포로 이규만(2000년 4월 13일 사망)씨의 유해가 상반신은 북쪽에, 하반신은 남쪽에 따로 떨어져 있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됐다.

탈북자 출신으로 작년 12월 입국한 딸 연순(43)씨가 이씨의 유해를 반입하려다상반신은 중국 공안에 압수돼 북송됐고 가까스로 하반신만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통일이 되면 걸어서라도 고향에 가겠다"던 이씨는 끝내 자신의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북한에서 한 많은 생을 끝마치고말았다.

하지만 딸이 국내에 입국하면서 이씨는 죽어서나마 남쪽 고향(충북 옥천) 땅에서 영면을 취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듯했다. 먼저 북한을 빠져 나왔던 연순씨가 청진에 있는 어머니에게맡긴 딸 2명을 탈북시키는 동시에 아버지의 유해를 함께 가지고 나오는 계획을 추진, 지난달 7일 중국 룽징(龍井)시에서 딸 2명과 유해를 같이 넘겨받을수 있었다.

하지만 유해를 택시에 싣고 가는 도중 중국 공안의 검문에 걸려 유해를 압수당하는 예상치 못한 사태에 직면하고 말았다.

연순씨는 룽징시 공안국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틈을 노려 하반신 유골을 따로 분리해 숨겨두었다.

최악의 경우 유해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순씨는 "아버지의 남쪽 가족들이 '유해를 훼손하면 집안이 흉조가든다'며 나무라기도 했다"며 후회하는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북쪽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자신 때문에 혹독한 고초를 겪고 있을 것을 떠올리면무엇보다 가슴이 아팠다.

연순씨는 "어머니가 보위부로 끌려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하도 머리를 맞아결국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지고 말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나머지 가족들도 보위부로 끌려갔고 이미 이혼을 당하거나 집까지 압수당한 상태라 교화소나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갈지 모른다며 연순씨는 안타까워했다.

연순씨는 그나마 딸 2명을 무사히 중국으로빼낸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국군포로의 자녀들은 다른 탈북자에 우선해서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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