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투수'에서 '사자군단'의 사령탑으로

입력 2004-11-09 16:04:22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선동열(41) 수석코치가 코치 입문 1년 만에 '우승청부사' 김응용(63)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아 '부자구단' 삼성의 사령탑으로 변신했다.

선 신임 감독은 지난 85년 기아의 전신인 해태에 입단, 11년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3회, 골든글러브 4회 수상, 0점대 방어율 3회를 기록하는 등 명투수로 한국 프로야구에 큰 족적을 남겼고 96년 일본 주니치로 진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뒤 같은 팀 2군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지난해 삼성 코치로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서울 구단인 두산과 LG도 현장 복귀를 선언한 선동열의 감독 영입을 추진했으나 선 감독은 해태 시절 11년간 사령탑으로 모셨던 김응용 감독과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선 신필렬 사장의 적극적인 구애 끝에 투수코치로 삼성에 둥지를 틀었다.

입단 당시부터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거물급 코치'였던 선 감독은 수석코치로 승격돼 김응용 감독 은퇴 후 대권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선 감독은 수석코치로 활약하며 선수 시절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도력과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 배영수와 권오준, 권 혁 등 진흙 속에 묻혀있던 투수들을 집중 조련해 삼성을 '투수왕국'으로 변모시켰다.

정규리그 팀 방어율 1위(3.76)의 튼튼한 마운드 구축했고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 9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깝게 우승컵을 내줬지만 선 감독이 키운 '태양의 아들'(Sons of Sun)' 3총사는 맹위를 떨쳤다.

'불펜의 쌍권총'으로 불리는 권오준과 권 혁은 위기 때마다 등판해 승리를 지켰고 선 감독의 '수제자' 배영수는 정규시즌 공동 다승왕(17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0이닝 노히트노런' 대기록으로 강한 인상을 남겨 올해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김응용 감독으로부터 마운드 운용의 전권을 넘겨받아 기대 이상의 지도력을 발휘한 선 감독은 22년간 사령탑으로 그라운드를 지켜왔던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 감독의 강력한 신임을 받았고 김 감독은 계약기간 1년이 남아 있음에도 선뜻 지휘봉을 넘겨주는 용단을 선택했다.

'스타 플레이어는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스포츠계의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 듯 코치로 합격점을 받았던 선 감독이 선수 시절의 명성을 이어 감독으로 성공시대를 열어갈 지 지켜볼 일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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