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아이들 간식으로 그만
"아이가 태어나니까 남편은 진짜 뒷전이 되던 걸요."
서른 중반에 결혼한 후배는 마흔을 코앞에 두고 아기 엄마가 되었다.
늦은 결혼이니 남보다 더 깨가 쏟아지게 살아야 한다며 어찌나 닭살 돋게 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엥꼬 부부'였다.
'잉꼬 부부'를 넘어서 남의 속을 뒤틀리게 하는 '엥꼬 부부'. '아니꼽다'는 의미를 잔뜩 담아 지어 주었건만 그래도 좋다며 어찌나 애정행각(?)을 벌여대던지. 정말 누군 연애 안 해보고 신혼 없었냐는 말이 목까지 올라오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랬던 엥꼬가 변했다.
그것도 한 쪽 엥꼬, 마누라 엥꼬만.
"유통 기간 하루 이틀 지난 우유, 옛날 같으면 배탈 날까 봐 남편 준다는 생각은 꿈에도 안했는데 아까워서 버리지는 못하겠고 애가 태어나니 당장 한 푼이라도 아껴야겠다 싶어 아무렇지도 않게 남편 먹으라고 주게 되던 걸요."
그 말에 내 속에 크게 울려 퍼지던 '푸하하', 그 통쾌하게 울려 퍼지던 웃음.
'그래, 너희 대한민국 공식 지정 잉꼬부부도 할 수 없구나. 아∼암, 그렇지, 그렇고 말고.'
뭐, 이런 마음인 듯한데…, 근데 이거 무슨 놀부 심보란 말인가?
"나한테 신경 좀 써라. 나중에 애들 다 떠나가고 남는 것은 이 서방님뿐이야."
"아이들에게 하는 것 십분의 일만 마누라한테 하면 내가 업고 다닌다.
"
우린 가끔 서로를 향해 이렇게 투덜거린다.
드디어 후배 부부가 우리와 동족(?)이 되었다는 기쁨 내지는 안도감이었을까? 그런데 내가 왜 이리 허전하지? 가을 탓인가?
갑자기 남편을 위한 간식을 만들어야겠다는 의무감이 넘쳐났다.
한 때 '그가 없는 이 세상은 앙코 없는 찐빵'이라 생각하던 시절로 잠시 돌아가 쉽게 부칠 수 있는 전 한 장 부치면서 괜스레 유난을 떨어 보았다.
주걱을 높이 쳐들고 '오∼, 당신 없는 세상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어라.'를 외쳐대면서.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부추 200g, 홍합 150g, 굴 150g, 당근 5㎝, 풋고추 4개, 붉은 고추 2개, 밀가루 120g, 다시마 우려낸 물 1⅔컵, 소금과 후춧가루 약간, 올리브유(식용유) 약간, 초고추장
만들기=①부추는 씻어 3㎝ 정도로 자른다.
②굴은 붙어 있는 작은 껍질을 제거하고 홍합은 털을 가위로 잘라낸 뒤 각각 엷은 소금물에 살살 헹구어 씻어 물기를 뺀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해둔다.
③당근은 채칼을 이용하여 아주 곱게 채친 뒤 소금을 살짝 뿌려 물기를 뺀다.
④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⑤밀가루에 다시마 우린 물을 넣어 덩어리가 없게 잘 저어 반죽을 만든다.
해물과 당근에 간을 하였으므로 소금으로 약하게 간을 한다.
⑥밀가루 반죽에 부추를 섞는다.
⑦달구어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만 두른 후 일단 가스 불을 끄고 너무 크지 않게 동그랗게 부추를 놓고 그 위에 당근, 해물, 고추 순으로 얹은 뒤 밀가루 반죽을 조금 끼얹은 후 가스 불을 켜 전을 부친다.
당근과 고추, 해물이 익을 수 있도록 잠시 프라이팬 뚜껑을 덮어둔다.
⑧뚜껑을 열고 뒤집어 익힌다.
해물이 흐트러질 수 있으므로 여러 번 뒤집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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