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스 질환-(하)베체트병

입력 2004-11-09 09:00:40

이사를 하거나 집안 행사가 있어 과로를 하고 나면 입안이 자주 헐어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구강 궤양(피부나 점막이 진무르고 허는 증상)이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 베체트병이다.

베체트병은 반복적으로 구강궤양이 생기면서 피부점막의 병변을 동반하는데 성기에 궤양이 생기거나 피부 발진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현재 일본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13.5명꼴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국내에는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는 없어 일본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원인

베체트병은 지리적으로 독특한 분포를 보인다.

한국, 일본과 같은 극동 아시아지역에서 중국을 포함해 중동지역 및 남유럽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고대의 실크로드에 의해 연결됐던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실크로드병'이라고 부른다.

실크로드를 통한 인적 교류가 베체트병과 관련된 유전인자를 전파시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베체트병이 유전성 질환은 아니지만 그 발병 원인으로 유전적 소인이 중요한 것으로 규명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중요한 인자가 조직적합성항원인 'HLA-B51'이다.

HLA-B51은 유전적 소인 가운데 약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학계는 다른 유전인자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 증상

베체트병은 구강이나 성기의 궤양뿐 아니라 우리 몸의 여러 장기에 병을 일으킬 수 있는 혈관염의 일종이다.

전신 장기에 흔히 동반되는 증상으로는 포도막염, 관절염, 동맥류 그리고 장궤양 등이 있는데 각각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안구에는 포도막염 이라는 염증을 일으킨다.

포도막염이 발생하면 눈앞이 뿌옇게 보이면서 안구 통증이 생기고 밝은 곳에 나가면 눈이 부신 증상을 보인다.

베체트병에서는 대개 만성 포도막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할 수 있다.

베체트병에는 다양한 형태의 관절염이 올 수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처럼 다발성 관절염이 생기거나 척추관절염의 형태로 올 수도 있으나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강직성 척추염과는 달리 관절 변형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비교적 쉽게 치료된다.

혈관 자체에도 염증을 일으켜 대동맥이 늘어나는 대동맥류나 폐동맥이 늘어나는 폐동맥류가 생기기도 한다.

베체트병 환자가 객혈을 한다면 폐동맥류의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

정맥은 혈전에 의해 막힐 수 있는데 주로 대퇴정맥이나 하대정맥이 막히는 다른 혈전질환과 달리 상지정맥이나 상대정맥도 혈전으로 막히는 빈도가 높은 편이다.

위장관에는 궤양이 주로 생긴다.

경북대병원의 장 내시경 연구결과에 따르면 베체트병 환자의 30~40%에서 위장관 궤양을 보였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가볍게 지나가지만 깊은 궤양이 있는데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천공이나 출혈과 같은 합병증으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

베체트병에서는 뇌혈관질환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뇌간부분이나 시상하부 등의 작은 동맥들이 막히면서 언어장애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조기에 적절히 치료하는 경우 대부분 회복될 수 있다.

■진단과 치료

베체트병의 진단은 피부점막증상과 안구염증을 근거로 한다.

여러 가지 진단기준이 있지만 현재는 지난 1990년에 만들어진 국제기준을 이용한다.

국제기준에 따르면 구강궤양에 더해서 성기궤양, 안구염증, 피부발진 그리고 패설지검사 등 네 가지 항목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이 있으면 진단할 수 있다.

병의 초기에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베체트병은 피부점막 증상만 있는 가벼운 상태부터 심각한 장기 침범이 동반되는 경우까지 다양하게 올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장기에 동시다발적인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는 흔치 않다.

따라서 어떤 장기 증상이 동반되어 있는지 정확하게 진단 받은 후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부나 점막의 증상에는 약물치료가 비교적 쉽지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면역억제치료제의 효과가 더 높아지고 부작용이 줄고 있을 뿐 아니라 베체트병의 병인기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치료 성공률이 획기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강영모 경북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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