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가 한나라당을 '지하 주차장에서 차떼기나 하는 당'으로 몰아쳐도 한나라당은 '어디 그게 총리가 할 말이냐'는 힐책 이외에는 별로 대항할 말이 없다.
비교적 균형감각이 있는 중산층에게도 한나라당의 이미지는 여전히 차떼기당 혹은 부패 정당으로 각인되어 있다.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 이부영 의장이 연일 한나라당을 '개혁의 적'으로 매도해도 현재의 한나라당은 결코 여당을 이길 수 없고, 차후 대선에서도 승리할 확률은 거의 없다.
실제로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는 기껏해야 노무현정부의 정책실패, 끝을 모르는 경기침체, 총리와 당의장의 독설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투영된 반사 이익에 불과하다.
최근 국가보안법, 언론개혁법, 사립학교법 등 현안이 되는 입법사안에 대하여 한나라당이 나름대로 대안입법을 제시하는 등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쫓아가기식' 정책대응으로는 정권 교체를 이룩하기 힘들 것이다.
한나라당이 정권 교체 세력이 될 수 없는 근본 이유는 내부 권력 구성에 있다.
한나라당을 주도하는 세력이 3공세력, 5공세력, 차떼기연루 세력이 되는 한 한나라당은 '골통 보수당'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힘들다.
현재의 한나라당의 모습이라면 여당의 실수에 힘입어 총선에서 다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한 명의 후보로 승부하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승리할 수 없다.
아니 현재와 같은 구성으로는 한나라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정권을 잡더라도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표에게 주목한다.
박 대표의 가장 큰 단점은 독재자이며 친일파인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이다.
육영수 여사 암살 이후 영부인 역할을 대신 해왔으니 독재 시대의 핵심 인물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박 정권의 최고 수혜자인 영남지역에서는 그것이 어떻게 단점이냐고 반박하겠지만 다른 지역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게다가 남성주도적인 보수적 정치구조에서 여성 정치지도자에 대한 차별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에게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깨끗하고 성실하며 안정감이 있다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다.
정치적 감각과 능력도 수준급이라는 평이다.
대표 취임 이후 그녀가 보여준 리더십과 위기관리능력은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박 대표를 다시 보게 하였다.
탄핵사태, 친일규명법, 국가보안법 폐지 등 중대한 정치적 사안에 대응을 놓고 볼 때,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아주 쉬운 논리로 국민을 설득시키는 정치적 감각과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법치주의 존중 및 현안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성실한 노력을 보여주었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도 보여 주었다.
한마디로 박근혜 대표의 이미지는 대중선동과 인기영합주의에 줄서는 정치책략가가 아닌 국민과 국가의 이익이라는 큰 틀에서 정치를 생각하는 바른정치가의 면목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박근혜 대표의 이러한 장점은 상대방에서도 가장 두려워하는 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주도적 구도가 한나라당에서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드러나고 있는 구태의연한 권력투쟁 때문이다.
탄핵사태의 정리, 총선에서의 선전이 박 대표의 분명한 공적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수구세력들은 배은망덕한 자세로 자기들의 권력 기지 구축에 몰두하며 내홍을 자초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 한나라당은 다시 희망없는 '수구 골통의 진지'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나라당에 대한 열린우리당과 총리의 맹렬한 공격도 한나라당의 골통 보수의 입지 강화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한나라당의 미래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이쯤되면 박근혜 대표는 뭔가 결단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을 확실히 개혁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당을 만들어 새로 출발하든지 해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 대구 지역의 유권자들도 한나라당에 대한 무조건적 정서적 지지를 보류해야 한다.
시민의 선택이 '골통 보수'와 '패거리 진보' 사이에서의 잔인한 선택이 되어서는 대구의 정치 발전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박대표의 행보를 주목해 보자.
전영평 대구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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