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공원 왜 경주로 와야하나-전문가·관계자 좌담회

입력 2004-11-08 10:37:30

"역사적 정통성 절대우위…정치적 결정 안될 말"

전 세계 5천만 태권도인의 숙원인 태권도 공원 조성지역 결정이 연말로 다가왔다.

국내 21개 자치단체가 유치를 희망하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역사적 정통성은 도외시한 채 수도이전 무산에 따른 보상차원의 정치적 결정 가능성 등을 내비치고 있다.

정치논리에 휩쓸린 태권도공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태권도 성지 경주의 위상을 재확인하기 위해 핵심 관계자 및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태권도공원 경주유치를 위해 지역민 모두가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시:2004년 11월 5일 오전11시

장소:경주시장실

참석자:정종복 국회의원, 백상승 경주시장, 김성구 국립경주박물관장, 정길상 동국대 교수, 김규호 경주대 교수

사회:박준현 매일신문 경북동부지역본부장

-매일신문이 마련한 이 자리는 태권도공원 경주유치 전략과 최근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경주가 가지는 당위성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백상승=단적으로 말하면 태권도공원은 국내용이 아닙니다.

이미 5천만명을 넘어선 지구촌 모든 태권도인들이 종주국을 방문한다고 가정할 때 태권도공원은 성지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성지는 태권도가 생성된 곳에 만들어져야 하고, 그 태동지는 바로 경주입니다.

그리고 경주는 역사, 문화, 관광도시라는 강점도 있습니다.

태권도의 본고장이 아닌 지역에 성지를 만든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봅니다.

▲정종복=당연한 말씀입니다.

현재 추진되는 것은 이름만 공원일 뿐 성지조성 사업입니다.

성지의 첫번째 조건은 역사적 정통성이고, 태권도의 정통성을 가진 곳은 경주뿐이지요. 중국과 일본의 전통 무예관이 각각 소림사와 닌자공원에 있는 이유를 참고해야 합니다.

석굴암, 분황사 등 경주에는 70여개의 이미 밝혀진 태권도 유물·유적이 있고 공원 후보지로 선정된 산내면 지역은 화랑들이 무예를 단련하던 곳입니다.

▲김성구=인왕상이나 금강역사상 등 발굴된 유물을 토대로 고찰해 보면 태권도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 시대에 발판을 두고 있는 듯합니다.

황룡사 등 경주에서 발굴된 6~8세기 조각상의 형태로 볼 때 태권도 발상지가 경주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정길상=정부의 입지선정 추진방향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습니다.

발표된 선정기준은 일반 공원(놀이공원)을 짓는 것에나 맞지, 태권도의 뿌리를 찾고 우리 역사와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의지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태권도공원이 처음 논의되던 지난 2000년 '태권도와 관련된 역사·문화적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당시의 후보지 선정 제1원칙을 되새겨야 합니다.

▲김규호=경주 태권도공원은 역사적 상징성과 정통성에 더해 관광문화 자원이 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국내 최고 관광도시인 경주가 더욱 역동성 있는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국내외 관광객을 불러들여야 하는데, 태권도공원이 큰 유인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국익증대라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태권도공원 경주유치는 지금 어느 정도에 와 있습니까. 일부에서는 경주가 가진 역사적 정통성을 절하하기 위해 금강역사상 등 유물의 가치까지 폄하한다는 말도 있는데요.

▲백상승=입지를 결정할 실무·추진위원들이 후보지로 신청한 시군 측의 주장이나 설명을 들어야 하는데 이를 꺼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핵심사안인 접근성만 하더라도 지도를 펴 놓고 단순거리 측정하는 식으로 따져서는 안됩니다.

수도권 과밀현상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아닙니까. 고속도로나 고속철 등 실제 접근성을 봐야지요. 정부나 핵심 관계자들이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김성구=(경주에 산재해 있는 금강역사상이 태권도와 무관하다는 일부 경쟁지역의 주장에 대해)금강역사의 조각상에 나오는 선과 모양이 권법의 자세이고 이는 태권도의 원류(源流)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경주의 정통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는 태권도 발상과 화랑도의 무예, 발굴·발견되는 역사유물 등의 상호 연관성을 일체화시키려는 노력을 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소림무예가 쿵푸로 변천했듯 화랑무예가 태권도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규호=금강역사상이 태권도와 무관하다는 주장은 공원유치에만 집착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의 수준을 폄하하는 것입니다.

최근 동남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韓流)열풍을 스스로 짓밟는 행위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정종복=그 같은 경주의 역사성 절하 시도는 경쟁도시에서 의도적으로 흘리는 것입니다.

같이 대응하기보다는 우리(경주)가 가진 우수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되겠지요.

-헌재의 수도이전 위헌결정 이후 태권도공원 입지의 정치적 결정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경주의 대응책은 무엇입니까.

▲백상승=제가 경주에 사니까 경주에 공원이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태권도는 한국의 상징입니다.

태권도공원도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수백, 수천 년 앞을 내다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이를 헌재결정이나 수도이전 무산 등과 연관짓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종복=해외에 나가 있는 많은 태권도 지도자들도 한 목소리로 경주를 최적지로 꼽고, 경쟁지역 관계자들조차 내심으로는 '경주가 적지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선정기준인 총 9개항목 중 접근성(120점), 시장성(130점), 경제성(100점), 개발용이성(150점), 환경성(100점), 공공정책부합성(100점) 등 총 6개 항목, 700점이 태권도 공원의 상징성과는 무관한 사업 용이성 등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정치적 실세지역'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저는 대구·경북 지역 전체 현역 국회의원들의 동의하에 부산·경남 및 수도권 출신 상당수 의원들의 서명을 받은 진정서를 만들어 문화부장관 등을 설득할 계획입니다.

1천700억원이 드는 국책사업을 단순 정치논리로 결정한다면 동의할 수 없잖습니까.

-방금 정 의원께서 언급한 채점기준은 정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김규호=역사성을 선정기준의 최하위로 몰아놓은 것은 분명한 모순입니다.

그 외 접근성, 시장성, 경제성, 개발용이성 등에서는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경주가 절대 밀리지 않습니다.

-최근 경주태권도공원 후보지를 양북면 장항리에서 산내면 내일리 일대로 변경한 것은 어떤 이유입니까.

▲백상승=경주는 사실상 유치가 끝났던 경마장을 타 지역에 내 준 경험이 있습니다.

후보지에서 가마터가 발견되자 부지전체를 사적지로 묶어버린 탓이었습니다.

태권도공원도 그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극도의 보안 속에 대체지를 선정해 발표한 것입니다.

새로 선정한 산내면보다 더 경쟁력 있는 곳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정종복=당초 후보지도 좋았지만 토함산 자락이어서 문화재 발굴에 따른 공원부지 조성 차질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새로 선정한 산내면은 이미 위덕대 연구진의 조사를 거쳐 상당 부분 개발된 곳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없습니다.

고속철도와 고속도로가 10분 남짓 거리라는 점도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태권도공원 유치를 위해 남은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정길상=평점기준을 놓고 경쟁도시와 비교하면 경주의 현 주소는 '비교우위' 내지는 '우위'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종합평가(100점)를 잘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태권도공원 유치 이후의 시너지효과 제고방안 등을 잘 마련해야겠지요.

▲김규호=경주의 관광객이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경주가 살 길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것이 태권도공원 유치라는 점을 강하게 호소해야 합니다.

태권도공원을 경주부활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구성도 중요합니다.

▲정종복=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만 이루어진다면 경주유치가 당연합니다.

정치논리로 결정되는 것을 최대한 경계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악의 경우, 경주유치가 무산된다면 민자로 태권도 공원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모든 시민들이 다져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경주유치가 더 유리해질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백상승=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미 발표된 선정기준은 '국내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결정권을 가진 인사들은 태권도 종주국의 핵심 관계자로서의 신중함을 가져야 합니다.

정치논리 등 내부(한국)논리로만 판단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세계인 모두가 수긍하는 사실을 정작 우리 스스로가 부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강조하고 홍보하겠습니다.

정리=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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