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이번에 휴가내면 부곡하와이에 가서 재밌게 놀자. 그동안 함께 못 놀아줘서 미안해."
연쇄 주택방화 용의자를 쫓다 흉기에 찔려 숨진 김상래(36) 경장. 그는 결국 세 살짜리 딸과의 약속을 영원히 지킬 수 없게 됐다.
4년 전 결혼한 아내(34)와 힘겨운 맞벌이 생활. 박봉이지만 알뜰한 살림 덕분에 저축도 했고, 지난 봄 은행 융자를 얻어 아파트도 장만했다.
이사한 지 반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 이삿짐도 다 풀지 못했다.
지난 6월까지 경찰서 수사과에서 근무하느라 도무지 짬을 낼 수 없었던 것. 오빠의 사무실에서 경리로 일하던 바쁜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휴가를 하루 앞둔 6일 오전, 김 경장은 밤샘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하지만 그는 절도·방화사건 해결을 위해 대시민 홍보에 나서는 동료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 길로 다시는 가족들 품에 돌아올 수가 없었다.
흉기에 찔려 피가 솟구치는 중에도 그는 휴대전화로 지구대에 연락했다.
범인을 찾은 것 같다며….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경찰관이었다.
7일 영남대병원 빈소에는 김 경장의 영정 아래 경찰 제복과 구두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하얀 국화꽃 속에서 웃고 있는 김 경장의 사진 앞에서 유족들과 동료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대구경찰청 홈페이지에는 지난 1972년부터 전국에서 순직한 경찰관 177명의 명복을 비는 '사이버 추모란'이 있다.
이제 고 김상래 경장의 이름 석자가 이 쓸쓸한 공간에 178번째 이름으로 조용히 남게 됐다.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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