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양국 장소변경 문제 신경전

입력 2004-11-06 12:38:11

12월 17,18일로 예정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 일본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우리 측이 장소변경 검토에 나서면서 양국간 외교현안으로 대두됐다.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이 공교롭게도 5일 오후 방한, 6일 오전 노 대통령을 예방하고 반기문(潘基文) 외교부장관과도 만났는데 마치무라 외상의 취임 상견례가 껄끄러운 자리로 변한 것.

이 문제와 관련, 반 장관은 지난 3일 "장소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마치무라 외상은 5일 방한 직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외교적으로 한 번 정한 것을 특별히 큰 변화도 없는데 바꾸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며 장소변경 불가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가 회담장소 변경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회담이 열릴 일본 규슈(九州) 가고시마(鹿兒島)현이 19세기에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한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의 고향이라는 점 때문이다. 또 지난 2차대전때는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의 발진기지였다.

그러나 양국은 지난 달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한일정상회담 일정에 합의한 바 있다. 가고시마는 지난 98년 김종필(金鍾泌)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한'일 각료간담회가 열리기도 한 곳이다.

그러나 뒤늦게 가고시마에 대한 여러 지적들이 제기되자 청와대와 외교부가 각각 현지에 답사를 다녀와 정한론과 가미카제 특공대와 관련한 여러 유적들에 대해 보고했다.

청와대와 외교부로서는 노 대통령이 여론의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뒤늦게 장소변경을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어쨌든 일본 측으로서는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일본 어디에서도 회담할 수 없다는 말'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 속에 여론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마치무라 외상을 만난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반 외교장관과의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정부입장을 매듭지을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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