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시행 10년...북구 초교앞 가보니

입력 2004-11-05 15:07:08

'스쿨 존'(학생 안전을 위해 학교를 중심으로 300m 이내 차량 서행지역)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아이들이 여전히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1995년 정부가 제정한 '어린이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10년째 시행되고 있는 '스쿨 존'을 지키는 운전자도 없었고 '스쿨 존'을 뒷받침할 만한 교통안전시설도 크게 부족했다.

4일 오후 1시쯤 북구 국우동 학남초교앞. 초교 정문 바로 앞 왕복 4차로에는 하교시간에 맞춰 각종 학원·어린이집 차량과 인근 ㅎ아파트 공사장 대형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학생들은 학교 정문 왼편과 오른편에 있는 횡단보도는 아랑곳 않고 차량 사이로 도로를 가로질렀고, 일부 학부모는 학생들의 손을 잡고 순식간에 도로를 가로질러 건넜다.

'스쿨 존'에서 서행을 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대단지 아파트 내에 위치한 이곳은 과속방지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5개 신호등 연동으로 과속차량들이 많았지만 주민들의 횡단보도 이용은 적었다.

학부모 이모(38)씨는 "아파트 입구가 학교 정문 맞은 편에 있는데 횡단보도는 신호주기도 길고 멀리 있어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를 옮기거나 과속방지턱, 가드레일을 만들어 불법 주·정차나 과속차량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오후 3시쯤 북구 태전동 ㅌ초등학교. 이곳은 정문과 후문으로 이어지는 담벼락과 그 맞은편에 승용차, 택시, 화물트럭 80여대가 왕복 2차로를 꽉 메워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학생들은 차가 지나가면 주차된 차량 틈에 붙어서서 꼼짝할 수 없는 아찔한 상황도 자주 연출됐다.

김대현(11·초교 3년)군은 "인근 대학교나 주택에서 차를 전부 여기다 주차시킨다"며 "차들이 옆으로 쌩하고 지나갈 때면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무섭다"고 했다.

ㅌ초등학교 임승락 교감은 "주택가와 대학 차량으로 학교가 둘러싸여 학생들이 고생이 많다"며 "지난 8월 대구시가 스쿨 존 주변정비 설계시범학교로 정해 신호기 설치, 훼손 표지판 보수, 통학로 확보, 보차 분리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수성구 시지초등학교 정문 앞도 불법 주·정차 차량이 즐비했고, 지난 9월에는 달서구 용산동 선원초교 학생들이 '신호등을 세워달라'는 집단민원을 달서구청 게시판에 게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관공서 관계자와 학계에서는 스쿨 존에 관해서 교통 안전시설은 충분한 편이며, 오히려 학부모 교육과 시민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북구청 교통과 담당은 "ㅎ초교의 경우는 통상 200m에 하나씩인 횡단보도를 100m에 하나씩 설치해 주민편의를 고려했지만 무단횡단하는 시민들이 오히려 교통신호체계에 대해서만 민원을 제기한다"며 "ㅌ초교 등 대구시가 지정한 4개 학교의 스쿨 존은 구비와 시비 5억원 정도를 지원받아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유색도로 포장, 인도·가드레일·표지판 설치를 올 연말부터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명대 박용진 교통공학과 교수는 "스쿨 존의 속도제한과 시설정비, 주·정차 금지도 중요하지만,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을 학교나 가정에서 충실히 이행해 어린이가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비싼 시설을 설치해도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눈앞의 편리함만 좇는 시민의식 탓이 크다"고 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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