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2

입력 2004-11-04 09:18:00

'헤어누드' 여전사라니…할리우드 '속보이는 홍보'

사실 '헤어 누드'라는 말은 한국인들에게는 호기심 만발하는 소재다. '성기노출'을 법으로 금하니, 사실 '별것'도 없으면서도 눈에 불을 켜고 확인하려고 달려든다.

지난 주 '얼굴 없는 미녀'에서도 그랬듯이 '헤어 누드'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홍보담당자의 '눈물겨운'(?) 노력이 또 하나 이어진다. 바로 이번 주 개봉하는 '레지던트 이블 2'이다.

'레지던트 이블'은 좀비와 미녀의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그 미녀는 밀라 요보비치. 요보비치 하면 뤽 베송의 '제5원소'의 끈 의상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물처럼 중요부분만 얇은 끈으로 감춘 기묘하고, 전위적인 의상이었다. 어떻게 보면 디자인이라고 할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비범은 평범해 보이는 법.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장 폴 고띠에의 작품이다.

아슬아슬한 의상을 입은 밀라 요보비치는 미끈한 몸매에 특유의 섹스어필한 이미지로 미래 첨단 도시에서 활약을 펼쳤다. 그녀의 이미지를 그대로 연장한 것이 '레지던트 이블'이다. 핫팬츠 차림에 허벅지에 찬 권총으로 난사하는 장면은 에로틱과 함께 강력한 파워까지 겸비한 여전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헤어누드'는 1편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 좀비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그녀는 결국 인간들에게 잡혀 실험대에 오른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탈출한다. 세상이 좀비들의 습격으로 난장판이 된 것을 보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면서 영화는 끝난다.

이 장면에서 그녀의 '헤어누드'가 잠깐 등장한다. 원인은 미묘한 환자복이다. 그 옷은 앞면과 뒷면만 있고, 옆이 터져 있다. 그래서 요보비치가 움직일 때마다 '속'이 엿보인다.

물론 국내 극장판에서는 예리하게 잘렸다. 원판을 보더라도 워낙 순식간에 지나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케이블TV의 영화채널에서는 '그 부분'만 뿌옇게 칠해 방영됐다.

문제는 2편의 시작이 바로 이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입사는 '밀라 요보비치의 헤어누드가 다시 시작한다'는 요지의 홍보 선전물을 돌렸다. 과연 사실일까. 아니다. 미국에서 개봉된 판을 보면 '헤어누드' 장면만 예리하게 잘렸다. '속'이 보이는 장면만 편집해 드러낸 것이다.

영화 홍보에 가장 자극적인 문구가 '무삭제'일 것이다. '무삭제'는 곧 '헤어누드'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중요부분만 모자이크 처리된 것은 '무삭제'일까 아닐까. '무삭제'이다. 필름이 끊어지지 않았으니, '무삭제'인 것이 사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은 다르다. '무삭제'는 '온전한 필름의 형태'라고 믿는다. 그래서 '무삭제' 영화라고 봤다가, 뿌옇게 또는 모자이크 처리된 것을 보고 분개하는 경우가 잦았다. 요즘에는 '무삭제'에서 더 나아가 '무처리'라는 말을 쓴다. '모자이크 없음, 암전 없음'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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