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입력 2004-11-04 08:57:01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갈대/신경림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알랴로 시작되는 내 친구의 십팔번인 갈대의 순정도 그렇고, 이 시도 그렇고, 운문사 갈대 숲을 지나며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해 종일 울고 싶었던 그때 내 마음도 그렇고 왜 갈대의 이미지는 울음일까. 그것도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울음일까. 단풍이 가을의 살이라면 갈대는 가을의 뼈일 터; 뼈로 된 울음, 울음의 뼈, 하얀 침묵!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일 때 그 울음은 얼마나 견고한 것이겠는가.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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