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곳 밝히는 '사랑의 전령사'

입력 2004-11-03 12:24:08

"단돈 1천500원이면 한끼 식사로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데…."

각박하고 팍팍해진 우리 삶, 그 속에서도 그늘지고 소외된 이웃을 찾아 따뜻한 정을 나누는 '사랑의 전령사'가 많아 조금은 살맛나는 세상을 만든다.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 후원회장인 남상걸(南相杰·57·우남주택건설 대표)씨. 어릴 적 겪은 지독한 가난의 경험 때문에 남씨는 어려운 이웃돕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3년 전 우연히 대구 칠성동 쪽방 거주자들의 비참한 생활을 목격했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이렇게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어릴 적 고생한 기억이 떠올라 주변 이웃들에게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젊은 시절 명예를 좇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기도 했던 남씨지만 요즘은 쪽방 거주자, 거리 노숙자, 북한이주민 생활대책 등 어려운 이웃돕기에 골몰하고 있다.

현재 대구 칠성동, 비산동, 남산동 등 파악된 쪽방 수만도 1천여 가구. 그는 동구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자 800여명과 함께 한 평 남짓한 쪽방생활자에게 밥·밑반찬 제공, 목욕봉사, 순회 의료진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에는 부인 김현정(53)씨와 함께 직접 장을 봐 동대구역 광장에서 거리노숙자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인의협(인도주의의사실천협의회)에서 나온 의사들이 건강상담·무료진료 등도 도와주고 있다고.

그가 특히 신경 쓰는 것은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200여명의 북한이주민(탈북자) 지원대책. 남씨는 "북한이주민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9평 남짓한 임대아파트 한 채가 고작"이라며 "이들을 위한 생활용품 제공, 취업알선 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남씨의 요즘 관심사는 이들이 추운 겨울을 잘 나도록 도와주는 것. 오는 5일 오후 3시부터 궁전뷔페(두류공원네거리)에서 '그늘에 햇빛 쏟아지다'란 주제로 후원의 밤 행사를 준비중이다. 후원희망자는 053)356-3494로 연락하면 된다.

"노숙자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때까지 작은 힘을 계속 보태려 합니다."

전수영기자 poi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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