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만 건강할 수 있다면 내 몸의 어디라도 떼어줄 텐데…." "우리 엄마부터 먼저 낫게 해주세요."
자신은 물론 아들까지 만성신부전증에 걸려 고통받고 있는 모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수성구 범물동 용지아파트에 살고 있는 서인석(51·여)씨는 하루하루 야위어가는 아들 김진호(20)씨를 볼 때마다 죄책감과 안타까움에 가슴이 타들어간다.
신장과 관련된 대표적인 유전병인 알포트증후군 (Alport Syndrome)으로 인해 자신도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데다 외아들인 진호씨마저 같은 병을 앓고 있기 때문. 더구나 남성이 여성보다 증세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이 증후군의 특성상 자신보다 아들의 증세가 훨씬 심한 상태다.
서씨는 "활동적이고 씩씩해 운동을 좋아하던 아들이 중3 무렵 소변에 거품이 섞여 나오더니 고1때 결국 복막투석을 시작하게 됐다"며 "다른 아이들처럼 제대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없어 결국 고3 때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얻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병을 알게 된 뒤 처지를 비관,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던 진호씨는 현재 몸은 물론 마음의 병까지 얻어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서씨는 "아들이 다양한 세상 경험을 하길 원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서 "병 때문에 집에만 있으니 말벗도 나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진호씨 역시 병든 몸으로 자신을 돌봐야 하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서씨는 신부전증을 앓고 있을 뿐 아니라 3년전 교통사고로 등을 다친 5급 장애인.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벽에 기대 창밖을 바라보던 진호씨는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돈을 벌어 어머니의 짐을 덜어드려야 하는데 죄송하다"며 자신의 불효(不孝)를 탓했다.
서씨 모자는 요즘 일주일에 몇차례씩 경대병원을 찾아 투석치료를 받는다.
몸안에 도는 피를 빼내 인공신장기로 불순물을 거른 뒤 다시 몸 안에 주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 5시간. 서씨 모자가 투석치료를 받고 힘없이 집안에 들어서도 따뜻하게 간호해줄 사람도 없다.
최근 아들이 병이 점점 깊어가면서 어머니 서씨는 소리 없이 우는 법을 배우게 됐다고 한다.
서씨가 대신 전해주는 진호씨의 장래 희망은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 그러나 지금 몸 상태로는 이 작은 소망도 너무나 아득하게 느껴진다.
현재 만성신부전으로 인해 고혈압, 시력과 청력 약화, 다리 부분의 신경 장애 등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는 진호씨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신장이식. 자식을 살려야겠다는 일념에 불법 장기매매를 해서라도 신장을 사려했지만 1천만원을 요구하는데 질겁해 포기하기도 했다.
더구나 3천여만원에 이르는 수술비는 이들에게 너무 큰짐이다.
강원도가 고향이고 부모 역시 일찍 돌아가신 서씨에게는 도와줄 친척도 없다.
게다가 16년전 이혼한 뒤 혼자 힘으로 진호씨를 키워온 서씨는 5년전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돼 매달 50여만원의 보조금을 받지만 이 돈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상태.
서씨는 "합병증으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온몸이 소나무 껍질처럼 변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도움의 손길을 바란다는 것이 민망하지만 내 힘으로는 아들을 지켜주기 어렵다"며 참았던 눈물을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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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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