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빗 속' 투혼…삼성, 아쉬운 패배

입력 2004-11-01 22:20:13

삼성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 정상 문턱에서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삼성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9차전에서 7대8로 분패, 한국시리즈 전적 2승4패3무를 기록하며 통산 3번째 우승 달성에 실패했다.

5대8로 뒤지던 삼성의 8회말 무사 1, 2루의 득점찬스. 타석에는 조동찬이 들어섰고 1루에는 대타로 나와 볼넷을 얻은 박종호 대신 강명구가 대주자로 나섰다. 경기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그라운드는 이미 빗물로 흥건히 고였다. 박종호 타석때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경기가 10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삼성 선수들의 유니폼은 젖을대로 젖었고 무승부를 3차례나 치르는 동안 몸은 지칠대로 지쳤다. 하지만 단 3점.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무승부라도 좋았다. 앞선 타석에서 3루타를 기록할 정도로 타격감이 좋은 조동찬은 상대 투수 조용준의 3구째 볼에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현대 우익수 심정수쪽으로 굴러갔다.

삼성 관중석에는 환호성이 터졌고 주자들은 빗속에서도 홈을 향해 정신없이 달렸다. 특히 발빠른 강명구는 3루까지 뛰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베이스 러닝때는 반드시 앞 주자를 봐야한다'는 평범한 야구 원칙을 무시한 채 내달렸다. 류중일 3루 주루코치는 무사인 상황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2루주자 신동주를 3루에서 세웠다. 하지만 3루 베이스 앞에는 2루에 있어야 할 강명구가 '멀건히' 서 있었다. 어어없는 주루사였다. 후속타자 박한이의 땅볼 때 신동주가 홈인, 1점을 따라갔지만 뼈아픈 주루사는 삼성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놨다.

마음을 다잡은 선수들은 9회말 김한수의 볼넷과 김대익의 우전안타에 이은 상대 실책으로 1점을 얻었지만 그것으로 빗속의 투혼은 막을 내렸다.

우승한 현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삼페인을 터뜨리는 동안 주루사를 당한 프로 2년차 강명구는 덕아웃 구석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신인 박석민도 울었고 박한이도 눈물을 보였다. 한국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용병 로페즈도 고개를 들 줄 몰랐다. 류중일 코치는 덕아웃 의자에 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원망하듯 그라운드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2회초 선발 김진웅의 난조로 8실점, 1대8로 뒤지던 삼성은 4회말 김종훈(2타점)과 김한수(1타점)의 적시타로 3점, 6회말 박한이(1타점)의 땅볼 등으로 7점까지 차근차근 쫓아갔지만 마지막 1점을 넘지 못하고 갖가지 진기록을 남긴 한국시리즈를 마감하고 말았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한국시리즈 9차전(1일)

현 대 080 000 000 - 8

삼 성 100 301 011 - 7

△승리투수=신철인(2승1패) △세이브투수=조용준(3S)

△패전투수=김진웅(1승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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