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변하는 TOEFL...어떻게 대비할까?

입력 2004-11-01 15:01:27

내년 9월부터 토플(TOEFL)의 문법이 사라지고 말하기가 추가되는 등 획기적으로 바뀐다.

단순히 영어라는 언어를 얼마나 잘 아느냐가 아니라 학교 수업이나 토론, 생활 속에서 영어를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이른바 차세대 토플이다.

그동안 문법과 독해 중심으로 공부를 해 온 우리나라 학생들로선 대비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 말하기 실력은 결코 단기간에 높아질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평가 시스템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지금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굳이 유학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문제는 대학들이 기업체 신입사원 전형에서처럼 토플 성적을 지원자격 또는 우대조건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학원가는 이미 이 같은 변화를 예상하고 교수-학습 방법 전환, 말하기 능력 향상 프로그램 개발 등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무엇이 달라지나

토플은 그동안 지필고사식(Paper-Based TOEFL)으로 치러지다 2000년 10월부터 컴퓨터 활용 출제(Computer-Based TOEFL)로 바뀌었다.

내년부터는 인터넷을 활용한 출제(Internet-Based TOEFL)로 전환된다.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문법이 없어지고 말하기 능력 평가가 신설되는 것이다.

여기에 단순한 생활 영어가 아니라 읽기, 듣기와 통합된 형태의 복합형 회화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많아진다는 점이 더욱 어렵다

TOEFL을 주관하는 ETS에 따르면 말하기 평가는 3개 유형에 6개의 질문이 나온다.

가장 평이한 유형은 주어진 주제에 대해 30초 동안 준비하고 1분간 말하는 것. 두 번째는 지문을 읽고 대화를 들은 뒤 관련 주제에 대해 45~60 동안 말하기. 세 번째는 대학 강의나 토론식 수업처럼 긴 대화를 듣고 대답하는 것이다.

ETS는 응시생들의 준비를 위해 홈페이지(www.ets.org)에 모의문제를 제공하며 실제로 시험을 보고 성적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유료 모의평가도 실시한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말하기 평가 강화와 복합형 출제는 토플을 준비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공부 방법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유학을 앞둔 고교생이나 대학생의 경우 토플의 유효 기간이 2년이므로 현 체제대로 빨리 시험을 쳐 두면 문제될 게 없지만, 문법이나 단순 회화 중심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초·중·고교생들은 다양한 주제에 걸친 토론형 학습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다.

정원철 앤도버스쿨 부원장은 "이제는 초등학교 때 생활 영어에서 토론 영어로 넘어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수학, 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갖추고 이를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영어 공부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요즘 유행처럼 과학이나 수학 교재를 독해 책으로 활용하거나 단순 코스북 중심의 영어 학습으로는 결코 변화된 토플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임대식 한빛외국어학원장은 "한국 학생 가운데 외국인과 일상 대화는 잘 하면서도 막상 주제가 있는 토론에 들어가면 입을 못 떼는 유형이 많은데 이제는 더듬거리더라도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요구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말하기 능력이 중요해지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단어와 문장 구사 능력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또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 4개 영역을 따로 공부하던 방식을 완전히 바꿔 공부뿐만 아니라 영화나 TV, 라디오 등을 통해 영어와 친숙해지고 책이나 잡지,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다양한 주제의 글을 읽는 등 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학들의 TOEFL 요구 가능성

TOEFL은 비영어권 국가의 학생들이 영어권 국가의 대학이나 대학원에 입학할 때 영어로 수업을 받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이렇게 본다면 최근 국제화를 부르짖으며 외국인 교수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많은 국내 대학들로선 토플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학생 평가 척도가 된다.

대학입시 관계자들은 이미 신입생 선발 때 토플 점수만으로 특별전형하는 대학이 상당수인데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의 경우 수능 변별력과 내신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대학들의 토플 활용 범위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영 송원학원장(영어과)은 "일부 상위권 대학들은 지원 때 공인된 영어 점수를 요구하거나 구술면접에서 영어 말하기 능력 평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토익이나 텝스는 대학입시에 활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토플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강명 문깡외국어학원장은 "지금까지 수능영어는 적당히 들을 수 있고 해석의 감만 잡으면 해결할 수 있었으나 향후 대학입시, 대학 수업 등의 변화를 감안하면 학생들도 차세대 토플에 대비하는 방식으로 영어 학습의 근본 패턴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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