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돌파구가 안 보인다'

입력 2004-11-01 11:53:07

열린우리-한나라 지도부 회의도 결렬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촉발된 국회 파행사태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일 야당의 '색깔론' 공세 철회를 요구하며 단독 국회소집 강행 의지를 다진 반면 한나라당은 계속 이 총리 파면과 국정 쇄신을 요구했다. 전날 여야 지도부가 만나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양쪽의 견해차만 확인하고 합의에는 실패했다.

◇열린우리당= 1일 상임운영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현 정국 파행의 책임을 한나라당에 돌리는 한편 '국회로 돌아올 것'을 한나라당에 촉구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현 정권을 친북·반미 좌파·용공 세력으로 규정, 해외 투자 유치를 방해하는 한편 국내투자자들조차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경제 파국의 원인을 한나라당에 떠넘겼다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이날 상중위 회의에서 "한나라당의 근거 없는 색깔론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 중 일부는 좌파 정권이 한국을 국유화하고 있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며 "경제활성화에 대한 여권의 야망에 대해 한나라당이 사회주의적 행동이라고 매도하며 본뜻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국회를 재개하는 데 조건은 있을 수 없다. 어떤 이유도 국회 파행을 정당화시키지 못한다"며 "한나라당은 색깔 공세를 멈추고 속히 국민의 곁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이 의장은 3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가 정부 여당을 좌파, 반미라고 말하는 것은 독재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다. 누가 과연 사회주의자이고, 누가 과연 주사파인지 있으면 (뚜렷이) 밝히라"고 한나라당의 색깔공세에 날을 세웠다.

다만 국회 파행 장기화에 따른 여론의 부담 때문인지 1일에는 '투쟁'보다는 국회 정상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듯한 분위기다.

이 의장은 "한나라당이 1일 오전 국무총리 규탄대회를 열겠다고 하는데 요즘같이 혼란스런 상황이야말로 정치권이 자제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천 대표도 "국민을 배신하는 국정파행을 한나라당이 더이상 주도하지 않는다면 우리당도 밤을 세워가며 대화·타협·토론할 수 있다"며 민생경제를 위한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을 당장 속개하자고 한나라당에 제안했다.

◇한나라당=상임운영위원회와 '이 총리 국정농단 성토대회'를 열어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했다. 박근혜 대표는 "대의민주주의가 이렇게 되니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어서 굳이 이렇게 (국회 일정 거부를) 택했다"며 "총리에게 여러 번 기회를 줬다. 왜 총리가 무슨 의도로 파행을 몰고가는지 여러 대책을 의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총리 도발이 사태의 본질인데도 열린우리당이 '색깔론'을 들며 양비론으로 진실을 왜곡, 한나라당이 먼저 사과하라는 망발을 한다"면서 "이는 총리가 음주운전에다 중앙선 침범으로 교통사고를 내놓고선 쌍방과실이라는 억지를 부리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국회가 이 판인데 여당이 4대 악법 쟁취 장외투쟁에 나선다고 하더라"면서 "정신 나갔나. 국민이 용납못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총리 망동 △대통령 지지율 20%대 폭락 △수도이전 무산과 국가적·국민적 피해 발생 △재보선 여당 완패 △경제파탄 △안보구멍 △북핵협상, 남북회담 등 남북문제 교착 △교육대란 등 총체적 국정부실이 드러났다며 노무현 정권의 국정 쇄신을 요구했다.

이어 '총리 국정 농단대회'를 열고 이 총리의 교육개혁 실패 사례와 언행, 대 언론관, 수도이전 등 현안을 도마에 올려놓았다. 이군현 의원은 "이 총리는 교육장관 시절인 98년 5월 9일 직원체육대회 인사말에서 '나는 교육부의 덕을 입고 성장한 사람이 아니다. 나를 키워준 곳은 서대문 형무소다'며 현직 교육장관으로서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했다"며 "오만방자한 언행의 전형"이라고 공격했다.

최경환 의원은 "헌재 위헌판결에 대해 이 총리는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특히 공주·연기 후보지 확정에 따른 손해배상과 수도이전을 둘러싼 국론 분열 책임, 정권의 명운을 건 수도이전 무산에 따른 정치적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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