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유기농식품 사고-<중>수입 유기농산물이 밀여들어온다

입력 2004-11-01 09:33:40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는 수입 유기농산물은 2004년 9월30일 현재 3천870t으로, 지난해 수입량(904t)의 4배를 이미 넘어설 만큼 급증하고 있다.

민간인증기관 돌나라한농복구회 관계자에 따르면 수입 유기농산물은 콩, 밀, 참깨가 주를 이루며 중국, 키르키즈스탄 등이 주 수입국이다.

수입유기농산물은 민간인증기관에서 인증을 거치게 되는데, 이마저도 작년 2003년 7월에야 규정이 정해졌다.

그 이전에는 아무런 인증 없이도 '유기농' 표시를 붙일 수 있었다는 것.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생식용은 아직 수입이 미미하고 대부분 가공공장으로 곧바로 들어가는 원료"라고 말했다.

최근 풀무원이 자사 '유기농 두부'가 중국산 콩으로 만들어졌다고 홍보한 데 대해 여러 생산·소비자단체에서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수입된 수입유기농산물은 2차 가공품으로 만들어지지만 원산지 표시가 없어 소비자들은 원료가 국내산 유기농산물인지, 수입산인지 알 수 없는 실정. 한국유기농협회 정금영 유통국장은 "현재 국내 유기농산물 생산량에 비해 가공식품은 쏟아지고 있어, 국내 유기가공품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은 극히 드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부분 수입유기농산물이 원료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으로 직접 수입되는 유기가공식품도 많다.

각 유통업체들은 수입코너에 각종 유기농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종류도 많아서 '유기농 올리브 기름', 유기농 비스킷, 유기농 오이피클, 유기농 오렌지 주스, 유기농 프렌치드레싱, 유기농 해바라기씨' 등 유기농 수입가공식품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산 유기가공식품은 인터넷쇼핑몰 등에서도 선보이며 최근에는 유기농 의류까지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수입국가에 따라 독일어·일본어·영어 등으로 기록돼 있어 소비자가 유기농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가공식품은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인증과정을 거치지 않고 '유기농' 표기를 달고 판매된다는 것. 식약청 수입식품과 담당자는 "우리나라 규정과 동등한지 확인한 후 수출국 정부로부터 인증서를 받아오면 된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따로 인증 조사를 하는 절차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유기농산물의 무분별한 수입은 생산농가의 의지를 꺾고 있는 실정. 10년째 유기농을 하고 있는 이모씨는 "수입이 많아진다면 애써 유기농법을 고집하는 것도 힘들다"면서 "합법성 여부를 떠나 유기농업의 핵심인 지역순환성을 외면한 채 수입에 의존한다면 국내 유기농업 기반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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