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시도지사 간담회

입력 2004-10-29 10:01:49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결정 이후 28일 열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16개 시도지사들과의 간담회는 노 대통령이 신행정수도건설이 좌초된 이후 처음 갖는 여론수렴자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각 지역의 여론을 듣고 대안을 제시했다.

시도지사들이 제시한 여론은 ▲신행정수도건설을 원안 취지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충청권과 ▲신행정수도와는 별개로 균형발전·지방분권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영남과 강원권 ▲신행정수도건설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서울·수도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 등 네갈래로 나누어졌다.

결국 노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은 성경륭(成炅隆)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의 제안으로 '신행정수도건설중단이라는 난국타개를 위해 공동 노력하고, 상생 발전을 위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데 노력하는 것'에는 원론적으로 합의했다.

노 대통령도 신행정수도 건설 중단 이후의 대안에 대해 처음으로 "헌재 결정에 저촉되는 방향으로 정부가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신행정수도) 취지를 살리고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새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대화를 통해 합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도지사 간담회가 끝난 후 염홍철 대전시장, 심대평 충남지사, 이원종 충북지사 등 충청권 단체장들을 따로 만난 자리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을 원래대로 추진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는 "기본원칙에는 변함없이 가겠다"며 행정도시 등 변형된 형태의 행정수도이전방안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장수가 투구가 찌그러지고 갑옷이 누더기가 되면 똑같은 실력과 법적 권한을 갖고 있어도 영(令)이 안선다"며 "선비가 같은 식견과 경륜, 포부를 갖고 있어도 갓이 찌그러지고 도포가 구겨지고 얼룩묻은 도포를 입으면 품위가 살지 않고 말이 위엄을 갖출 수 없다"는 등의 표현으로 헌재결정에 대한 소회를 직접적으로 드러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 어려운 것은 국회결의를 믿고 정책을 추진하다 그만 암초에 부딪혀 투구가 좀 찌그러진 것"이라며 "대통령 한번 도와주십시오"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에 이의근(李義根) 경북지사 등 영남권 시도지사들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균형발전정책이 차질없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면서 "공공기관 이전과 기업도시 건설 계획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안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 영호남의 이해가 상충하는 면이 있지만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서로 양보하면서 국가어젠다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며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중단없는 추진을 건의했다.

노 대통령은 손학규 경기지사 등이 "행정수도이전을 또 다른 편법으로 추진해서는 안된다"며 행정수도 완전포기를 주장하자 "인천시장과 경기지사님이 접어버리면 될 것을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라고 하셨는데 경기도에 앉아서 보면 접어버리면 조용해 질 것도 같은데 충청도 지사가 생각해 보면 절대 조용하지 않을 것 같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고 행정수도이전을 계속 추진할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행정수도의) 취지를 살리고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쪽으로 하면 대화를 통해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거나 "헌재도 수도의 개념을 좁게 해석해서 대안을 마련할 여지를 남겨뒀다"는 발언 등을 통해 거듭 확인됐다.

노 대통령은 충청권 시도지사들을 따로 만났고 영남권 시도지사들은 간담회참석에 앞서 모임을 갖고 의견을 조율하는 등 지역별로 입장이 달랐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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