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은 이제 서양고전문학의 필독서 목록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영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 작품을 한두 번씩 읽거나 들어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남녀 주인공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을 통하여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증오,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게 해 준다.
우리들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인간관계는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네 삶의 행복과 불행이라는 것도 모두 어찌 보면 그 만남을 얼마나 아름답게 승화시켰느냐 그렇지 못하였느냐의 차이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만나기 싫은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인생의 전체 과정을 뒤바꿀 정도의 운명적인 만남도 있다.
사람과의 만남은 우리가 어딘가 먼 길을 떠나기 위해 바삐 역으로 향해갈 때 가로등 아래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처럼 우연하게 다가온다.
만남이라는 것, 느닷없이 빗줄기를 만나는 우연과 같이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날지 알 수 없다.
만남과 헤어짐은 보이지 않는 인연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인연은 시작해서 끝났다가 다시 그 처음의 시작으로 되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아름답고 황홀한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헤어짐이다.
늙음과 죽음이 혹은 운명이 그 사랑을 갈라놓게 된다.
만남과 헤어짐은 언제나 함께 한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는 만남이 있을 때 헤어짐을 준비해야 하고 헤어짐을 연습해야 한다.
이 깊어가는 가을에 슬픈 헤어짐보다는 소중한 만남을 이루기를 기원해본다.
허상문(영남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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