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아시나요-은행장 4명 배출한 '명당'대명9동 865번지 일대

입력 2004-10-27 13:46:24

"한 동네에서 은행장이 4명이나 나왔으니 이만하면 명당(明堂)이죠."

30여년 전 한 동네에 함께 터를 잡았던 직장동료 10명 중 은행장급이 5명이나 나와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바로 남구 대명9동 865번지 일대. 앞산 아래에 위치한 이지역은 과거 고급주택가로 소문난 곳. 한때 대구의 '부촌'으로 이름을 날렸던 만큼 주변에는 고위 공직자, 기업체 사장, 대학교수 등 지도층 인사들이 많이 살았던 지역이다.

또 이곳은 지난 1969년 당시 대구은행이 직원주택조합을 설립해 직원용 주택을 지어 직원 10명을 입주를 시킨 지역이다.

이때 입주했던 대구은행 직원 가운데는 권태학(75)씨를 비롯, 라응찬(66), 이상경(72), 김극년(64), 김태균(70)씨 등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권씨는 차장급으로 최고참격이었고 다른 직원들은 대리급 이하의 평직원으로 30대가 주류를 이뤘으며 갓 가정을 꾸민 직원들이 대다수였다.

대구은행 본점이 중구 남일동에 위치하던 때여서 출근하기도 쉽고 퇴근 뒤에는 앞산을 오를 수 있어 지금으로 치면 소위 '웰빙'을 즐기기에는 더할나위 없는 입지조건이 가장 큰 매력이었던 것.

권씨는 "회사에서 퇴근할 때 영대네거리 근처에 오면 벌써 공기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쾌적한 주거환경이었다"며 "당시 전원주택같은 풍경이 펼쳐진 동네로 소문났다"고 회고했다.

이런 환경 덕인지 이들의 앞길은 탄탄했다.

권씨는 대구은행장('84)과 대동은행장('89)을 지냈고 지난 64년부터 77년까지 대구은행에 근무했던 나응찬씨는 신한은행장을 3회 연임하는 보기드문 행적을 남긴 뒤 현재는 신한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다.

또 69년부터 대구은행에 몸을 담았던 이상경씨는 지난 89년 대구은행장이 됐고 김극년씨는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대구은행장으로 왕성하게 활동중이고 김태균씨는 대구은행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옮겨 지난 89년 부원장이 돼 7년동안 장수했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연도 있었다.

당시 대구은행 직원들이 입주할 당시 집집마다 대문을 달지 못했는데 주택가 위의 종돈(종자돼지) 축사에서 돼지들이 집에 침입(?)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권씨는 "우수종자를 가진 돼지가 집으로 내려오니 그야말로 살아있는 돼지꿈 아니겠냐"며 "그 덕분인지 이사 온 다음날 부장으로 승진했다"고 전했다.

한국 금융계를 이끄는 우수한 인재를 배출한 동네이지만 이제는 권씨 혼자만 남아있다.

권씨는 "다시 동료들을 부를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 머물다 모두 성공적인 삶을 이끌고 있어 가슴 뿌듯하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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