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 영웅들의 향연
역사적 사실과 신화적 상상력이 혼재된 고전 서사극은 지적 기쁨을 주는 장르다.
방대한 스펙터클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지적 즐거움이야말로, 최근 할리우드가 영화관객층을 더 넓히기 위해 이 장르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지난 5월 전국 관객 400만 명을 동원했던 '트로이'(볼프강 페터슨 감독)에 이어 '알렉산더'(올리버 스톤 감독)가 12월 3일 개봉을 준비 중이다.
고대 서사극에 재미를 붙인 할리우드의 두 번째 침공인 셈. 신화 속 영웅들의 파란만장했던 삶이 영화의 단골 메뉴로 애용되는 것은 어떤 매력 때문일까.
◇알렉산더 vs 트로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인 알렉산더 대왕을 스크린에 부활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1956년 리처드 버튼이 주연한 '알렉산더 대제' 외에는 할리우드도 그의 삶을 진지하게 다룬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느낌이다.
'플래툰'과 '7월4일 생'의 대감독 올리버 스톤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뿐 아니라 촬영현장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은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올리버 스톤은 기원전 300년경의 마케도니아와 페르시아를 재연하기 위해 집요한 상상력 싸움을 벌였다는 후문. 이를 위해 알렉산더 대왕의 전기를 집필한 옥스퍼드대 로빈 레인 폭스 교수를 고증팀에 끌어들였다.
여기에 콜린 파렐, 안젤리나 졸리, 발 킬머, 안소니 홉킨스 등 호화진용까지 꾸렸다.
또 완벽한 재연을 위해 엑스트라로 수백 명의 직업군인이 동원됐고, 9천 개의 화살과 3천 개의 칼과 방패, 그리고 1천 개의 창을 사용하는 등 제작비로 2억 달러(2천400억원)를 소모했다.
비슷한 돈을 투입해 거대한 스펙터클, 화려한 미남배우들로 치장했던 '트로이'와 여러모로 비교되는 점이다.
그러나 외형적인 면이 비슷하다고 내용까지 같은 결과를 보일까.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1만8천km를 횡단한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욕은 단순히 트로이 전쟁을 카메라에 담은 '트로이'에 비해 스케일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
화려한 구경거리 외에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도 풍성하다.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복잡한 심리 묘사에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던 스톤 감독이 이번엔 어떤 독특한 방법으로 알렉산더 대왕의 심리 상태를 보여줄까. 또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어떤 드라마로 엮어낼까?" 아킬레우스를 너무 시니컬하게 그리는 등 스펙터클한 영상 외에는 볼 것이 없었다는 평을 받았던 '트로이'를 과연 뛰어넘을 수 있을까.
◇콜린 파렐 vs 브래드 피트
올리버 스톤이 알렉산더로 콜린 파렐(28)을 낙점했을 때 많은 사람은 우려를 했다.
'아일랜드 섹시 가이'라는 이 미남배우는 별명에 보답이라도 하듯 잇따른 스캔들을 일으키는 할리우드 최고의 이슈 메이커였기 때문. 역시 그의 기행은 알렉산더까지 미쳤다.
알렉산더 대왕의 캐릭터에 너무 심취해서일까. 그는 대왕의 정복욕을 자신의 사생활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극중 알렉산더의 어머니로 분한 안젤리나 졸리와 뜨거운 염문을 퍼뜨리더니 태국 촬영 당시에는 통역을 맡은 태국의 유명 광고 모델에게까지 눈길을 돌렸다.
인기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 영화 '프리다'로 잘 알려진 멕시코 출신의 여배우 셀마 헤이엑 등 올 들어서만 벌써 4명의 여성들과 염문을 뿌릴 정도니. 그의 화려한 여성 편력은 '제2의 브래드 피트'라는 닉네임에도 잘 어울린다.
원조 섹시 가이 브래드 피트도 최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가 또 가담했다.
올 초 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촬영장에서 친한(?) 사이로 발전한 피트와 졸리의 애정행각은 그와 제니퍼 애니스톤 부부의 결혼생활에 적잖은 위기감을 던졌다.
결국 별거에 들어갔단다.
2004년은 안젤리나 졸리에게 무척 바쁘지만 행복한 한해로 기억되지 싶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