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세살의 청년 배영수가 발하는 빛은 대구구장의 밤하늘을 비추는 라이트보다 더 밝았다.
배영수는 25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2004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현대와의 4차전에서 연장전을 포함해 10이닝 동안 단 한개의 안타도 없이 볼넷 1개만을 내주는 사실상의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양팀은 하지만 연장 12회까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배영수는 경기를 끝까지 책임져야 노히트노런이 인정되는 규정상 정식 노히트노런은 아깝게 놓쳤다.
노히트노런이란 말 그대로 투수가 한 경기에서 안타와 득점을 허용하지 않은 채 완봉승을 거둔 게임을 의미하며 한국시리즈 노히트노런은 정명원(현대)이 지난 96년 현대-해태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볼넷 2개, 몸에 맞는 공 1개로 4-0승리를 이끌며 달성한 것이 유일하다.
배영수는 이날 최고 150㎞의 직구와 138㎞에 달하는 고속 슬라이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적절히 배합해 상대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요리했다.
배영수가 1회초 송지만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을 시작으로 어느덧 8회 2사까지 삼자범퇴 행진이 이어지자 대구구장은 전인미답의 한국시리즈 퍼펙트 기록에 대한 기대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국내프로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은 한국시리즈는 물론 정규시즌을 통틀어도 '회장님' 송진우(한화)가 빙그레 소속이던 지난 91년 해태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 때 8회 2사까지 완벽하게 틀어막아 한 차례 가까이 다가간 적이 있을 뿐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대기록.
하지만 배영수는 박진만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끝에 볼넷을 내줬고, 대구구장에서는 아쉬운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배영수는 그러나 팀 승리가 우선일 뿐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듯 후속 전근표를 침착하게 땅볼 아웃시킨 뒤 0-0의 균형이 계속되던 9회에도 김동수와 대타 강병식을 각각 좌익수 플라이로 잡고, 마지막 타자 송지만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대구구장을 가득 메운 1만2천 관중은 이제 노히트노런은 따놓은 당상이란 듯 배영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로 환호했지만 야속하게도 삼성타선은 9회말 득점을 내지 못했고,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연장 10회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배영수는 전준호와 클리프 브룸바를 연속 삼진, 이숭용을 2루 땅볼로 잡고 노히트노런을 이어갔으나 삼성 타선은 연장 10회말에도 끝내 점수를 뽑지 못했다.
배영수는 116개의 한계 투구수 초과로 연장 11회부터 마운드를 권오준에게 넘긴 채 경기를 마무리, 정식 노히트노런은 놓쳤지만 이날 가장 많은 박수를 받기에 이미 모자람이 없었다.
배영수는 경기 후 "무엇보다 팀이 이겨야 되는 경기에서 비긴 것이 아쉽다"면서 "코너를 공략한 것이 먹힌 것 같고 노히트노런 기록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점수를 못낸 타자들은 전혀 원망스럽지 않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사진설명 :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 선발투수 배영수가 8회 2사후 박진만에게 4구를 내줘 퍼펙트게임을 놓치게 되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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