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땅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은 이 땅과 고국에서 이방인이 된 느낌이다.
1,2년에 한번 설레는 마음으로 고국 방문길에 오르지만 급변하는 사회와 문화를 대하면 소외감만 안고 돌아오기 일쑤다.
형편이 이렇다보니 자녀 교육에서 우리나라의 글과 역사, 문화, 그리고 사회적 현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교육이 필요했다.
걱정은 막내 현주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더욱 커졌다.
그러던 참에 한국의 NIE를 소개받게 됐다.
짧은 기간 열심히 배웠지만, 막상 신문을 들여다보면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망설여졌다.
조심스럽게 광고 그림 오려붙이기를 시작했다.
이튿날에는 경제란에서 돈을 낚아 올리는 그림을 붙여놓고는 자기가 낚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했다.
흥미가 생기면서는 기사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아이가 2학년이 되면서부터는 NIE 적용영역을 넓혀갔다.
점차 그 효과를 접하게 됐다.
이곳에서 현주의 일기장 날씨란에는 열대지방의 특성상 언제나 맑음과 비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NIE를 시작하면서 태풍에 관한 기사를 접하게 됐고, 또 가뭄을 경험하게 됐다.
신문속에는 태풍, 홍수 등 연속극처럼 이어져오는 날씨의 변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 현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아이는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재민들의 삶의 현장과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보는 시간도 가졌고, 쓰레기 문제, 주민.공무원의 복구작업 등을 접하면서 아이는 날씨가 단순히 비오고 갬이 아닌 우리의 삶과 서로 연관돼 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내가 해줄 수 있었던 것은 아이가 물어오는 것에 대한 자료 찾기와 이해를 돕기 위한 대화였다.
나 또한 공부하는 학생이 되면서 NIE는 흥미를 더해갔다.
교과서 속의 학교 앞에는 우체국이나 문방구가 있지만 이곳 학교 앞에는 야자나무가 서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빛깔의 꽃들이 만발하지만, 우리나라 동시에 나오는 개나리, 진달래는 찾아볼 수 없다.
NIE는 이런 비 실재적인 학습에 불만을 터뜨리던 나에게 현장감을 갖고, 하나하나 아이의 교육에 접근해갈 수 있는 좋은 교재가 됐다.
현주는 현지인 학교에 다니면서도 한글을 읽고 쓰기에 한국내 학생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짐이 없다.
독서량도 늘어났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뉴스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다른 과목의 여러 부문도 함께 공부가 됐다.
신문에는 기쁘고 즐거운 일과 성공한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끄럽고 창피하고 화나고 외롭고 고통스런 일들도 함께 있다.
신문에서는 이 모든 삶을 함께 나눈 수 있는 참된 교육의 장이된다.
NIE는 가족간의 관계를 더 풍요롭게 한 나와 현주에게 주어진 특별한 선물이었다.
이정신('2004 신문사랑 NIE 공모전' 자녀와 함께한 NIE체험수기 최우수상)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