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대책' 후 1년, 주택시장 '마비'

입력 2004-10-25 11:37:14

'10·29 주택 안정대책' 1년을 맞은 지금, 대구를 포함한 전국의 주택시장이 거의 거래 마비상태에 빠져들었다. 지난해 발효된 10·29 대책은 집값, 거래, 건설경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전반적으로 집값 상승세는 한풀 꺾이고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은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안정된 상태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지역별, 평형대별, 단지별 가격 불균형이 심화됐으며, 전반적으로는 거래가 실종, 시장기능이 마비되고 건설경기 침체로 내수 위축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10·29대책이 발표되기전만 해도 400조~50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지난 2002년부터 2003년 10월까지 1년여간 대구를 포함한 전국의 아파트시장에서는 "재건축대상은 자고나면 1천만원, 신규 분양아파트는 당첨만 되면 최하 1천만원을 번다"는 말이 기정사실화 될 정도였다. 당시 대구에서도 송현주공 등 재건축 대상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한 달만에 매매가가 1천만원씩 올랐는가 하면 신규 분양아파트에 당첨만되면 1천만~4천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을 챙기기는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였다. 급기야 작년 9월 분양한 수성구 범어동 '유림노르웨이숲'이 경쟁률 수백 대 1을 기록하면서 청약열기가 과열, 극한 상황으로 치닫자 정부는 10월 2일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 18일에는 대구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10·29 이후 부동산 시장 급랭

수성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 발표 이후 달서구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뛰는 '풍선효과'가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투기자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와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이 복합처방되면서 시장엔 냉기가 돌기 시작했다.

올 들면서부터는 실수요자마저 주택시장동향을 관망하면서 기존의 아파트를 거래하거나 신규 분양아파트를 청약하지 않는 거래중단 사태에 접어든 가운데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미분양아파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택건설업종은 심각한 불황을 맞고, 관련 일거리가 줄면서 고용도 불안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말로 대구 수성구와 중·서구에 내려진 주택 투기지역은 해제되긴 했지만 여전히 주택시장은 빈사상태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팔려는 사람도, 매입하려는 사람도 없어 매기가 형성되지 않고있는 '쇼크' 상황이 1년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후 대구의 신규 아파트 분양과 재건축시장이 급속 냉각되면서 신규분양 아파트의 경우 계약률이 50%대 미만으로 떨어지고 분양권 프리미엄의 거품도 순간 제거됐다. 분양권전매 제한으로 60~70%에 이르는 가수요가 빠져나간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 분양을 목표로 주택사업을 추진했던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룬 결과 올들어 9월 말까지 분양한 신규 아파트 물량은 5천여 가구로 작년 1만5천여 가구의 3분의 1선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서도 초기계약률 50%내외에서 겨우 수요자들을 채워나가는 힘겨운 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주택가격이 피크에 달했던 작년 상반기에 조합원들에게 높은 보상가를 제시하며 재건축사업을 수주한 건설사들이 분양성 불투명으로 재건축 추진을 미루면서 1년째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대형 단지도 한두 곳이 아니다.

이처럼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관련산업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사업을 축소하면서 주택공급 물량이 갈수록 줄어 향후 3, 4년 뒤 주택가격 폭등을 우려되는 것은 물론 주택 수요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의 주택정책에 신뢰가 가지않는 탓인지 집을 팔아야 할지 사야할지를 판단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10월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아파트 및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은 11월부터 거품이 빠지기 시작, 현재까지 바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아파트는 대부분이 호가가 2천만~4천만원가량 내린 가운데서도 거래가 안되고 있고, 신규 분양아파트 분양권의 프리미엄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수준이 돼 버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분양 아파트는 3천여 가구나 된다.

◆10·29대책 부작용

10·29대책은 집값 안정과 투기심리를 차단,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을 개편했다는 '취지'에 부합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작용도 만만찮다. 거래 위축에 의한 '시장 마비'에 따른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과격한 부동산 정책에 숨죽인 성실 납세자들이 과도한 부담을 느낀 나머지 정상적인 거래마저 위축, 부동산 경기 급랭을 불러오고 있는 것. 거래 위축은 소비자들의 원활한 주거 선택과 주거 상향 이동을 제약하면서 신규주택을 분양 받은 가구는 새집으로 이사를 못하고 있고 다가구, 다세대주택은 역전세난으로 이사 지연 및 전세금 반환 법정분쟁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경기 위축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큰 영향 미쳐 건설업계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건설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 1∼8월 건설 인허가가 난 주택은 모두 21만9천 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만9천 가구보다 43% 감소했다. 지난 2000∼2003년 4년 평균인 29만9천 가구보다는 26%나 줄었다. 주택건설 수주액도 올해 8월은 2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8월에 비해 41% 감소했다. 이는 건설관련 산업체의 경영난이 심각해졌음을 방증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해제해야

투기과열지구 일부 해제, 거래세 인하 등으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10·29대책을 조속히 손질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0·29대책 이후 가진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으면서 주택거래가 실종돼 집을 싸게 구입한 무주택자가 드문 데다, 서민층인 1가구 1주택 소유자들 역시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이사를 못해 곤경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대구와 부산 등 지방의 주택투기과열지구를 해제, 기존 아파트 매수세를 살리고, 신규분양 아파트의 계약률을 끌어올리는 대책이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한다.

또한 세금대책에서도 우선 거래세를 낮춰 실수요자들의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는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화성산업 권진혁 주택영업팀장은 "아사 직전의 건설관련 업종에 활기를 불어넣고, 수요자들의 건전한 부동산거래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규제 완화책을 하루 빨리 쓰고, 투기세력 근절을 위한 방안은 별도로 마련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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