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차별 뻔한데" 얼굴엔 수심
"신입사원을 뽑는 요즘이 더 괴롭습니다."
취업 시즌이 시작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사 등이 이달초부터 채용 공고를 내고 신입사원을 뽑기 시작한 것. 그러나 취업 문턱을 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대학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은 물론 취업 재수생과 입사를 포기하고 자격증 시험 등에 매달리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맘때가 일년 중 가장 견디기 어려운 시기다.
단풍이 절정을 이룬 24일 오후 5시, 대구 남구 대명동의 계명대 도서관.
졸업생과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주로 찾는 이곳은 일요일이지만 발디딜 틈이 없었다. 모두 토익, 토플, 공무원 수험서와 한자능력시험서 등을 펼쳐놓고 공부에 빠져있었고 잠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수험생들의 얼굴에는 너나없이 심각함이 묻어 있었다.
대기업 입사 시험을 준비한다는 최모(25)양은 "입사원서와 자기소개서를 힘들게 쓰고 있지만 목표로 삼았던 한 대기업에 낙방한 이후로는 목적의식도 없고 의욕도 잃었다"면서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졸업예정자만 채용해 이미 졸업한 헌내기(?)들은 지원서조차 못 내미는 회사가 많아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용석(27·계명대 디지털물리학과4)씨는 "같은 이공계 출신이라도 지방사립대 출신들은 서류전형에서부터 탈락되는 경우가 많고, 석사과정에 있는 선배들도 물먹기가 일쑤"라며 "나는 대기업 면접이 남아있지만 '포기마시(합격을 포기한 상태)'여서 별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고시나 자격증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취업시즌이 더욱 괴롭다.
3년째 공인회계사 시험에 대비하고 있다는 홍용태(29)씨는 "기업들이 채용 공고를 내면 공연히 마음이 뒤숭숭해진다"며 "집에서도 아무 데나 취직하기를 은근히 바라는 것 같은데 잘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해서 정말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채훈(28·계명대 건축과)씨는 "행정자치부에서 내년에 공무원을 많이 뽑는다고 발표,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에 들어간 선후배들이 많아졌다"며 "앞으로 2년 정도 더 공무원 시험을 치러보고 그래도 합격이 되지 않으면 다른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23일 찾은 경북대 도서관도 분위기가 그리 밝지 않았다.
강성대(28·졸업생)씨는 "중간고사에다 도서관 신관 공사까지 겹쳐 도서관에 자리잡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면서 "올해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입사원서를 내고 있지만 준비부족 탓인지 취업이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경북대는 도서관 신관 공사가 시작된 이후 치열한 자리잡기 싸움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도서관 경비직원인 서모(64)씨는 "신관이 폐쇄되고 중간고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새벽 5시쯤이면 학생들이 줄을 선다"며 "본교생들이 아닌 사람들을 위해 외부인 출입증(300)이 있지만 금방 동이 나는 것을 보면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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