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창업:薄利多賣로 승부하라

입력 2004-10-25 09:01:13

불황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창업시장도 찬바람이 쌩쌩 분다.

하지만 이런 상황속에서도 '잘 되는 집'은 있다.

이들 가게의 성공 비결은 뭘까? 한결같이 '박리다매(薄利多賣)' 네글자를 앞에 내세우고 있다.

리모델링 전문업체, 다슬기 전문점을 각각 창업, 저가 전략을 통해 개업 4개월여만에 '성공 대로'에 일단 안착한 창업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격도 리모델링

지난 6월 대구 달서구 용산동에서 리모델링 전문업체 '굿하우스'를 창업한 이재현(33)씨. 가게임대료까지 합쳐 6천여만원을 투자, 개업한 이씨의 가게 달력엔 빈칸을 찾아볼 수 없다.

평일은 물론 휴일까지 주문이 꽉 들어차 있다.

이 달 현재 월평균 매출은 1억2천여만원.

그는 리모델링 사업의 마진율이 50%를 넘나든다는 사실에 착안, 다른 업체보다 가격을 30% 정도 내렸다.

불황기, 비싼 리모델링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고려한 것.

그의 가게 간판에는 리모델링이라는 단어가 없고 '벽지·바닥재 할인마트'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리모델링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생각, 누구나 쉽게 가게를 방문할 수 있도록 '도배집'이 연상되도록 간판을 꾸민 것.

"창업전에 가게 위치를 생각해보니 수성구가 맞을 것 같았어요. 리모델링은 어느 정도 구매력이 있어야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수성구 전략은 경쟁업체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것이었어요. 달서구로 가자, 그리고 가격을 확 낮춰 시장을 직접 개척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 이씨는 자신의 생각은 개업 직후 바로 들어맞았다고 했다.

그의 박리다매 전략은 오히려 수익구조를 향상시켰다.

리모델링 사업은 현장 근로자들의 노임이 큰 비용구조로 차지하지만 박리다매를 통해 일감이 늘어나다보니, 현장 근로자들의 고정 수입이 오히려 증가, 인건비 인상 요구가 오히려 적었다는 것.

"박리다매 전략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홍보입니다.

아무리 싸면 뭐합니까? 굿하우스를 아는 사람이 없는데요.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가게에서 나온 이익을 집에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수익은 거의 모두 광고 비용으로 들어갑니다.

현재까지는 전단지 중심으로 홍보 마케팅을 했습니다.

대구시내 전체에 굿하우스의 브랜드 이미지가 알려질 때까지 광고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 이씨는 광고만큼 확실한 투자는 없다고 했다.

그는 개업전 리모델링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건설업체 업무직 사원 출신인 이씨는 개업전 인테리어 업체에서 이 분야 일을 직접 배웠다.

"직장 사표를 쓰고나서 안경점을 창업했다가 실패도 해봤습니다.

다니던 회사가 괜찮은 건설업체였지만 월급쟁이는 주도적으로 인생을 개척해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이 불황기이지만 전략만 잘 세운다면 창업성공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 053)523-8203.

◇가격을 다스려라

다슬기 전문점인 '다슬기 각시 오삼도령(달성군 화원읍)'을 운영하는 유병선(42)씨. 그는 지난 7월, 6천여만원을 들여 가게문을 열자마자 낭패를 맛봤다.

사상 최악의 찜통더위였다는 지난 여름에 '뜨거운 음식'인 다슬기탕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식당을 창업, 손님이 거의 찾지 않았던 것.

"아뿔사, 계절을 생각못했구나' 탄식을 했습니다.

지난해 감자탕 가게를 열었다가 광우병·조류독감 파동으로 실패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이번에도 실패하나 생각했죠." 유씨는 개업 초기를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했다.

하지만 유씨의 실망은 오래 가지 않았다.

4천원으로 책정했던 다슬기탕 가격을 2천800원으로 '확' 끌어내리는 등 메뉴별 가격을 일제히 하향조정하자 손님들의 발길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현재 월평균 매출은 1천800만원. 30여평 규모의 소규모 가게에서 올리는 매출치고는 꽤 많은 편이다.

"다른 곳에서는 다슬기탕 1그릇을 5천, 6천원에 내오는 곳도 있습니다.

저희 가게는 반값인 셈이죠. 다슬기전도 3천원에 드리는데 다른 식당 대다수는 전의 경우, 최소 5천원 이상을 받습니다.

가격을 내릴때 '안된다'고 만류하는 아내와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수익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더라도 일단 불황기에 초기 승부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손님을 유치하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결단을 빨리 내렸죠."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유씨를 포함, 6명이 부지런히 일을 해도 항상 손이 부족하다.

다슬기가 흔한 메뉴가 아니라는 점도 덕을 봤다.

"일단 박리다매 전략으로 초기 승부는 잘 해낸 것 같습니다.

손님도 남자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여성이 다슬기탕을 더 많이 찾습니다.

또 고령층도 주고객입니다.

결국 남녀노소 누구나에 대중적인 메뉴가 됐다는 것이죠. 경기가 좋지 않을때는 최대한 대중성 있는 메뉴로 승부해야하는데 다슬기는 그런면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

유씨는 어느 누가 오더라도 메뉴판에 고를만한 음식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 메뉴도 개발해놨다.

주방에서 직접 만들어내는 돈가스는 부모와 함께 찾는 어린이들의 인기 메뉴다.

'다슬기 각시 오삼도령'이라는 요란한 간판을 단 것은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조그만 가게라도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인기를 지속시킬 수 있다고 유씨는 말했다.

"간판 이름이 이상해 들어왔다는 손님도 꽤 있습니다.

즉 평범한 가게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죠. 맛은 기본이고, 가격 및 이미지 경쟁력이 있는 식당만이 이런 불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053)631-6646.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사진: 리모델링 사업은 현장 근로자들의 저가 전략을 통해 개업 4개월여만에'성공 대로'에 안착한 창업자들. 다슬기 전문점을 경영하는 유병선씨

(사진 왼쪽)와 리모델링 전문업체를 창업한 이재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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