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 마운드 '인해전술'

입력 2004-10-23 08:16:13

'재계 라이벌' 대결로 더욱 관심을 모으는 프로야구 현대와 삼성간 한국시리즈에서 양팀이 투수들을 대거 투입하는 마운드 '인해전술' 작전에 본격 돌입했다.

쌀쌀한 날씨 속에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22일 수원구장에서 현대와 삼성은 무려 11명(현대 5명, 삼성 6명)의 불펜진을 총 가동하는 '벌떼작전'을 펴며 승리를 향한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1차전을 잡은 현대는 여세를 몰아 안방에서 열리는 2경기를 모두 잡겠다는 심산이었고 기선을 제압당한 삼성은 2차전마저 내준다면 7전4선승제 승부에서 우승 가시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배수의 진을 쳤기 때문.

이것 말고도 양팀이 투수 인해전술을 펼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대는 올해 정규시즌 한방에 강한 용병 슬러거 클리프 브룸바와 토종 거포 심정수를 앞세워 팀 타율 1위(0.275)에 올랐을 만큼 날카로운 창을 가졌다.

이에 맞서는 삼성은 양준혁-멘디 로페즈-김한수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의 중량감이 현대에 비해 떨어지지만 소총부대의 활발한 공격력이 살아나는 등 투수 대결보다는 화력 싸움 양상으로 급변했다.

양팀 모두 막강 '원투펀치'가 없는 허약한 선발진 때문에 불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투수 물량 공세의 또 다른 이유.

전통적인 '투수왕국' 현대는 지난해 다승왕(17승)에 오르며 SK와의 한국시리즈 1, 4, 7차전 승리를 책임져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던 정민태의 부진이 벌떼작전을 부채질했다.

이날 현대 선발로 나선 정민태는 2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1⅓이닝 동안 5안타 6실점하며 무너져 '히든카드'로 아껴뒀던 오재영을 투입해 급한 불을 껐고 송신영, 이상열, 조용준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을 총가동했다.

현대는 마이크 피어리-정민태-김수경 등 3선발 체제로 꾸려갈 생각이지만 1차전(21일) 승리를 이끌었던 피어리는 4일 쉬고 25일 4차전에 다시 나온다하더라도 길게 던지기 어렵고 김수경도 확실한 승리를 책임질 정도는 아니어서 앞으로도 집단 마운드 운용이 불가피한 상황.

삼성 이날 선발 케빈 호지스가 1⅓이닝만 던지고 일찌감치 강판되면서 임창용-권혁-권오준-전병호-박석진 등 구원 투수들을 총출동시켰다.

특히 김응용 감독으로부터 마운드 운용의 전권을 위임받은 선동열 수석코치는 배영수-호지스-김진웅 선발진보다는 '불펜의 쌍권총' 권 혁, 권오준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양팀은 불펜진을 총가동하고도 8-8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투수들의 부담은 한층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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