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도 또 하나의 예술작품"
"무대 디자이너요? 이만한 '3D형 막노동'도 없을 걸요."
대구의 무대 제작업체인 이조디자인의 대표 조영익(37)씨는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부터 절레절레 저었다.
공연 예술에서 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낮지 않다.
특히 오페라의 경우 관객들의 눈높이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좋은 무대세트를 만들기 위해서 그는 오늘도 무대 디자이너·화가·목수를 넘나들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대학에서 서양화(현대미술·설치미술)를 전공했다는데 손에 굳은살이 잡힌다.
서울에 무대 제작을 의뢰하는 음악단체도 많지만, 요즘 대구에서 공연되는 작품 가운데 상당수는 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계명대를 졸업한 조씨는 이듬해인 1994년 무대 디자인·제작 일을 시작했다.
무대 미술을 하는 대학 선배의 손에 이끌려 일을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 제대로 된 교육기관도 노하우도 없는 불모지에서 시작한 일인 만큼 지난 10년은 고생길이었다.
조씨는 무대 디자인에서부터 제작, 작화, 설치까지를 다 한다.
일거리가 충분치 않아 무대 제작 의뢰가 들어오면 유경험자 7, 8명을 임시로 고용해 쓴다.
이조디자인이 수주하는 무대 제작 건수는 연간 10~15건 정도. 봄·가을에는 일이 몰리지만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제작 의뢰가 별로 없다.
그가 만들어내는 무대 세트는 수준을 놓고 볼때 예전엔 시쳇말로 서울업체와 '게임'이 안됐지만 요즘에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그가 만든 무대는 표면 질감과 입체감이 뛰어나다.
그 자신이 서양화를 전공한 덕분이겠지만, 대구의 무대 제작 인력들이 대체로 작화 솜씨가 뛰어나다고 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참가작으로 이달 14~16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대구시립오페라단의 '카르멘' 무대가 바로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페인트가 벗겨진 1막의 담배공장과 음습하고 어두운 2막의 선술집 분위기 등 그 무대세트는 '카르멘'다운 분위기를 살리는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오페라만큼 '돈들인 티'가 나는 예술장르도 드물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오페라 무대에 투입되는 돈의 단위는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야외오페라에 수억원, 실내오페라도 억대의 돈이 투입되는 것이 흔하다.
반면 대구에서는 무대 제작비가 2천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무대제작에 드는 돈이 10년 전과 거의 변함이 없을 정도로 지역 오페라단의 경우 제작비 사정이 열악하다 보니 좋은 무대 디자인과 무대 세트가 나오기 힘들다.
지난 4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대구시립오페라단의 '마술피리' 공연 때 천사 3명이 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와이어액션을 활용해야 했는데 견적이 1천만원이나 나왔다.
결국 검은 천을 가리고 밑을 구름 모양의 세트로 처리한 상자를 리프트로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무대를 만들면서 크고 작은 사고도 많이 겪었다.
무대 장치가 떨어지면서 극장 바닥에 구멍이 나거나 공연 개시 불과 한 시간 전 무대 윗 부분이 부서져 나가는 사고로 간담을 졸이기도 했다.
"외국에서는 무대가 예술 작품 취급을 받습니다.
대구에서도 무대 디자인·제작 전문교육기관과 업무의 분업화가 절실합니다.
"
조씨는 대구에 오페라하우스가 생기고 오페라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는 것을 매우 고무적으로 보았다.
하드웨어와 판이 마련됐으니 이제 대구 공연예술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에도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